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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의 영정을 그린 화가: 이홍원의 숲속의 노래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동국대 예술대학원을 나와 1984년 '문제 작가'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 이홍원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소장된 화가이자, 단재 신채호의 영정을 직접 그린 사람이다.

이홍원, 〈꽃을 사랑한 호랭이〉, 2024, 캔버스에 한지·아크릴, 45.5x37.9cm
이홍원, 〈꽃을 사랑한 호랭이〉, 2024, 캔버스에 한지·아크릴, 45.5x37.9cm

이홍원의 이력에는 남다른 줄이 하나 있다.

"단재 신채호 영정 제작 / 청남대 대통령기록화(노태우) 제작"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의 공식 영정을 그린 사람. 그리고 청남대(청와대 별장)에 걸릴 대통령기록화를 제작한 사람. 민간에서는 모두가 알지만 한 작가가 동시에 맡을 일은 드문 두 개의 공적 과업이, 한 사람의 이력 안에 나란히 적혀 있다.

동국대에서 시작된 길

이홍원은 동국대학교 예술대학(1974-1980)과 동 대학원(1980-1983)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84년, 관훈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삶+인간》을 열었다. 그해 '한국 평론가 추천 문제 작가' 에 선정됐고, 1985년 서울미술관에서 《문제 작가》 초대전이 이어졌다. '문제 작가'라는 호명은 평단이 해당 작가를 다음 세대의 중요한 화두를 제시할 사람으로 주목한다는 뜻이었다. 등단과 동시에 한국 회화의 한 지평으로 불린 셈이다.

숲속의 노래, 그리고 호랭이

이홍원의 장기 시리즈는 두 축으로 나뉜다. 《숲속의 노래》 연작과 《꽃을 사랑한 호랭이》 연작.

  • 1986 《삶의 노래 I》, 아랍미술관, 서울
  • 1993 《비·바람·구름》, 봉성갤러리, 대구
  • 1997 《도자기 그림전》, 학천갤러리, 청주
  • 2002 《숲속의 노래》, 청주예술의전당
  • 2011 《숲속의 노래》, 419 VERONES 갤러리, LA / 《꽃을 사랑한 호랭이》, 갤러리 ATTY, 서울
  • 2012 《숲속의 노래》, 인사아트센터, 서울
  • 2013 《숲속의 노래 — 나무이야기》, 인사아트센터, 서울
  • 2014 《봄 마실전》, 전주 한지박물관 / 이홍원 드로잉전, 숲 갤러리, 청주
  • 2015 이홍원 작가 초대전, 모리스 갤러리, 대전
  • 2019 이홍원 개인전, 길가온갤러리, 청주
  • 2023 《달항아리전》,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그 외 개인전 29회, 그룹전 300여 회. 이홍원의 활동량이 40년 한 결같다는 증거다. 해외전도 LA·New York·Sarajevo·Peru·China·Japan으로 이어진다.

공공 컬렉션의 이름들

이홍원의 작품이 놓여 있는 공적 공간의 목록은 길다.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청주시립미술관
  • 충북도청
  • 충북교육청
  • SK 영빈관

그 외에도 단재 신채호 영정(2013), 청남대 대통령기록화(노태우) 제작에 참여했고, 2013년 동부증권 캘린더, 2014년 SK 캘린더를 그렸다. 공공 기관의 공식 도상부터 기업의 캘린더까지, 한국 사회의 여러 층위에서 그의 그림이 일해왔다.

호랭이와 수닭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 2024, 캔버스에 한지·아크릴, 45.5x37.9cm
이홍원, 〈수닭-화려한 외출〉, 2024, 캔버스에 한지·아크릴, 45.5x37.9cm
〈수닭 — 화려한 외출〉 — 캔버스 위의 한지와 아크릴

씨앗페 2026 출품작 두 점은 모두 2024년에 제작된 최근작이다.

두 점 모두 캔버스 위에 한지를 올리고 아크릴로 그린 방식이다. 서양화의 캔버스 바탕 위로 한지의 물성이 겹친다. 동서양의 재료를 한 화면에 품는 선택. 민화의 까치 호랑이 도상이 《꽃을 사랑한 호랭이》 연작으로, 수탉 도상이 《화려한 외출》로 오늘에 와 있다.

전통 민화의 동물 도상을 이홍원의 방식으로 해석하면, 호랑이는 꽃을 사랑하는 호랭이가 되고, 수닭은 '화려한 외출'을 나선다. 무섭고 거친 동물도 그의 붓 아래서는 부드럽고 익살스러워진다. 원로 화가가 오랜 세월 끝에 얻은 여유의 문법이다.

영정과 기록화를 그린 손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독립운동가의 영정을 그리고, 대통령기록화를 그린 손이 있다. 그 손은 한 나라의 역사적 기록을 맡았고, 동시에 '호랭이와 수닭'을 즐겁게 그렸으며, 이제는 동료 예술인의 생계를 떠받치는 자리에도 놓인다. 개인전 29회, 그룹전 300여 회의 궤도가 개인의 경력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복지로 확장되는 셈이다.

숲속의 노래, 계속

《숲속의 노래》가 2002년 청주에서 시작되어 2012·2013년 인사아트센터까지 이어졌듯, 이홍원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2024년의 호랭이와 수닭도 그 노래의 다음 소절이다. 씨앗페의 벽으로 건너갈 두 점은, 한 작가가 평생 부른 숲속의 노래가 이름 모를 동료 예술인의 작업실에도 닿는다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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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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