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가도를 현대의 일상으로 번역한 작가. 조신욱의 캔버스에는 내 삶의 단편들이 각자의 칸에 놓여 독자적인 존재감을 얻는다.

조선시대의 책가도(冊架圖)는 선비의 방을 대신했다.
책장 위에 책, 문방사우, 꽃병, 시계, 외국 도자기, 수석이 가지런히 놓인다. 한 사람이 무엇을 읽고 무엇에 마음을 두는지가 사물의 배치로 드러난다. 조신욱은 이 전통적 장르를 자신의 일상으로 다시 옮겨온다. 그의 캔버스 속 칸 안에는 책 대신 지금을 사는 한 사람의 단편들이 놓인다.
삶을 품다
2022년, 조신욱은 김포 CICA미술관과 서울 갤러리너트에서 《책가도_삶을 품다》 개인전을 열었다. 2025년에는 서울 갤러리활에서 《책가도(冊架圖)_삶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전통 형식을 현대의 생활 감각으로 번역하는 시리즈가, 햇수를 거듭하며 깊어지는 중이다.
"내 삶을 이루어가는 일상의 단편들이 각 작품의 공간 속에서 각자 특유의 형태와 색감으로 독자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삶의 평범한 순간들을 특별함으로 변환시킨다. 내 삶의 특별한 순간은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과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 기쁨이 작품 속에서 생명으로 발현되는 순간이다."
작가의 선언문이다. 특별함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함 속에서 발견되는 것'. 책가도 칸 안의 사물 하나하나가 그 발견의 증거다.
인천가톨릭대에서 시작된 길
2018년 인천가톨릭대학교 회화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5년부터 이미 개인전을 시작했다. 사이아트스페이스 《조신욱전》(2015), 필름포럼갤러리 《Another Me》(2017), 《Color of Light》(2019). 2021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MANIF 2021 — Art Figuratif》에 초대됐다.
2024년에는 김포 CICA미술관 국제전 《Connect》, 필름포럼갤러리 《micro.tele.scope》 등 단체전을 통해 작업 폭을 넓혔다. 같은 해 4월에는 세월호 10주기 추모전시(아트포럼리)에, 2025년에는 세월호 11주기 추모전시(4.16생명안전교육원)에 참여했다. 책가도의 칸이 반드시 개인의 행복만을 품는 것은 아니다.
수상과 공모, 그리고 꾸준함
조신욱의 이력에는 공모와 수상의 기록이 촘촘하다. 2025년만 해도 대한민국 힐링미술대전 특선, 서울국제미술대상전 서울특별시의회장상, 스타벅스 그림 공모전 동상. 2023년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공모 선정(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아트코리아미술대전 그린상, 한국창조미술대전 특선. 2022년에는 아트챌린저공모 특선, 대한민국문화예술대전 은상 등.
신진 작가로서 공모전을 통해 무대를 넓혀가는 꾸준함. 그 꾸준함 자체가 작가의 책가도에 또 하나의 칸이 된다.
탈방, 그리고 배가 있는 책가도

씨앗페 2026 출품작은 두 점이다.
두 작품 모두 60.6×60.6cm 정사각형 포맷. 책가도의 격자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래된 형식 속에 오늘의 사물과 장면을 채워 넣는 방식. 조신욱의 작업은 전통과 현재 사이에 걸려 있는 다리다.
씨앗페라는 또 하나의 칸
조신욱은 씨앗페 2026에 두 점을 내놓았다. 씨앗페 본전시는 인사아트센터 G&J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는 이 자리에도 이미 출품 예정이다.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작가가 말하는 "평범함 속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기쁨"의 순간 중 하나가, 동료 예술인의 밀린 전기요금이 해결되는 평범한 기쁨일 수 있다. 책가도 칸 안에 들어오는 것이 꼭 귀한 물건일 필요는 없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게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칸을 만드는 일
조신욱의 책가도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매 전시마다 새로운 칸이 추가되고, 오래된 칸은 다른 색으로 덧칠된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일상이 자라는 방식이고, 한 작가의 세계가 커지는 방식이다. 씨앗페 2026도 그의 책가도에 새로 열리는 하나의 칸이다.
조신욱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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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페
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