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이자 사진비평가인 이광수는 붓을 들 때 순환의 기호 回를 반복해서 쓴다. 같은 크기의 캔버스 여섯 장이 돌아오는 시간을 가리킨다.

이광수의 씨앗페 출품작 여섯 점의 제목은 전부 하나의 한자로 시작한다. 回. 돌아오다, 돌다, 돌이키다.
여섯 점이 모두 60×45cm의 같은 규격이다. 재료도 모두 캔버스에 아크릴. 반복되는 화면 위에서 변주되는 것은 오직 안쪽의 선과 색뿐. 그리고 그 반복 자체가 작가의 주제다.
비평가의 붓
이광수는 회화 작가이기 이전에 사진비평가다.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국제문화예술교류원 전속 작가. 이미지의 원리를 오랫동안 '말과 글'로 다뤄온 사람이 다시 캔버스 앞에 서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보는 행위와 그리는 행위가 한 사람의 동작 안에서 만난다.
그의 작업은 복잡한 서사를 쌓지 않는다. 오히려 비워낸다. 回라는 문자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구조인 것처럼, 화면 안쪽에는 또 하나의 화면이 있고, 그 안쪽에 또 하나의 움직임이 있다.
태호미술관, 동산국빈관
2025년, 이광수의 작품은 중국에서 두 번 소장됐다.
- 중한예술가국제사생전 — 중국 무석시 태호미술관 소장
- 중한예술가국제교류전 — 중국 소주시 동산국빈관 미술관 소장
한국과 중국의 예술가 교류 플랫폼에서 그의 회화가 사생과 교류의 장면 안으로 불려 나간 셈이다. 사진비평가로서 쌓아온 이미지의 감각이, 붓의 문법으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의 미술관에 자리 잡는 중이다.
여섯 번 반복되는 回

씨앗페 2026 출품작 여섯 점은 전부 같은 기호, 같은 규격이다.




첫 번째 作〈回1〉은 이미 판매됐다. 나머지 다섯 점은 그 뒤를 따라, 다른 벽으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섯 장의 回가 서로 연결되면, 보는 사람은 같은 기호를 여러 각도에서 경험하게 된다.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깊이의 기술이다.
돌아오는 연대
이광수는 씨앗페에 여섯 점을 내놓았다.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回. 돌아오다. 한 점의 그림 값이 한 사람의 작업실 월세가 되고, 그 작업실에서 다시 다른 그림이 나온다. 다음 해 씨앗페에 또 다른 작가가 자기 작품을 내놓는다. 순환의 기호가 기금의 구조를 닮았다.
비움과 반복 사이
비평가는 읽는 사람이고, 화가는 그리는 사람이다. 이광수는 두 역할을 하나의 기호 안에 담아놓았다.
回의 바깥 테두리는 관찰의 자리, 안쪽의 작은 사각형은 그리는 자리. 그 사이의 빈 공간은 돌아올 시간의 여백이다. 씨앗페의 여섯 점은 그 여백에 대한 여섯 번의 초대장이다.
이광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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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페
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