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동양화과 석사.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을 장지에 옮겨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작가. 씨앗페 출품 두 점 모두 이미 판매됐다.

"스쳐 지나간 것에도 뒷모습이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잔상이 된다. 지나간 시선과 장면들은 이미지로 남고, 그것들은 다시 인연이 되어 돌아온다."
김영서의 화면은 '지나간 것의 뒷모습'을 주제로 삼는다. 정면을 향한 장면이 아니라, 이미 지나가버린 뒤 잠시 돌아보게 되는 장면. 그녀는 그것을 장지에 연필, 콘테로 옮긴다.
푼크툼의 감각
작가는 프랑스 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개념 푼크툼(punctum) 을 직접 언급한다.
"우리는 우연히 어떤 장면을 마주할 때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함을 느끼곤 한다. 롤랑 바르트가 사람들이 사진을 보는 방식의 한 종류로 설명한 '푼크툼'처럼, 또렷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마치 한때 그 안에 있었던 것 같은 감각처럼, 내 작업은 흐릿하고 오래된 흑백사진을 떠올리게…"
바르트에게 푼크툼은 '사진의 한 부분이 불쑥 보는 이를 찔러 오는 순간'이었다. 이미지 전체의 의미가 아니라, 그 안의 한 점이 개인의 기억을 건드리는 자리. 김영서의 동양화는 바로 그 자리를 장지의 표면으로 옮기려 한다.
홍대 동양화과, 그 이후
김영서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2022년 서울 사이아트스페이스에서 첫 개인전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열었다. 전시 제목이 그대로 작가의 주제다.
이후의 이력은 공모전과 기획전의 연속이다.
- 2023 《작가 H의 상점》(동탄아트스퀘어, 화성시문화재단), 《동작: 확장》(동작아트갤러리), GS건설 갤러리시선 3인 공모기획전
- 2024 동작아트갤러리 전시기획 공모사업 선정전시 《흔적의 깊이》, 《동시다발전 Art Alliance》(N2아트스페이스), 《고운 기록》(문화실험공간 호수)
- 2025 한겨레 큐레이팅스쿨 3기 선정작가 《사이, 혹은_사이》(갤러리 일호), 《만류귀종》(아이디어회관), 《사이 사이 쉼》, 《NO MATTER》
한겨레 큐레이팅스쿨·동작아트갤러리·동탄아트스퀘어·문화실험공간 호수 같은 신진 지원 프로그램을 통과하며, 청년 작가로서의 첫 10년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무지개 사냥꾼과 용감한 바람

씨앗페 2026 출품작 두 점은 2025년 작업이다.
두 점 모두 이미 판매됐다. 씨앗페 출품과 거의 동시에 컬렉터에게 건너갔다는 사실은, 김영서의 작업이 청년 작가로서는 이례적인 속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증거다.
제목도 묘한 결을 공유한다. '무지개를 사냥한다'거나 '바람이 용감하다'는 표현은 시적이면서, 동시에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김영서가 주제로 삼는 '스쳐 지나간 것의 뒷모습' — 그 잡히지 않는 잔상을 화면 위에 붙들어두는 방식.
흐릿함의 공공성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김영서의 화면이 '또렷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강하게 느껴지는' 감각을 담는다면, 씨앗페의 연대 또한 선명한 제도적 선언으로 작동하기보다 작가들 사이의 조용한 합의로 움직인다. 흐릿하지만 분명한 구조, 공공은 아니지만 공동인 자리.
인연이 되어 돌아오는 이미지
작가의 말 한 줄이 씨앗페의 구조를 미리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나간 시선과 장면들은 이미지로 남고, 그것들은 다시 인연이 되어 돌아온다.
김영서의 두 점이 누군가의 벽으로 건너가 이미지가 되고, 그 판매의 흔적이 다른 예술인의 생계로 돌아온다. 지나간 것이 인연이 되어 돌아오는 자리. 씨앗페 2026의 흐릿한 선언이 거기에 있다.
김영서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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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페
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