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옅은 먹을 겹겹이 쌓아 시간을 떠오르게 하다.사라지는 것들에 깃든 기억의 결을 동양화의 언어로.
겹겹이 쌓은 먹 —
눈에 보이게 된 시간의 결
김영서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신진 작가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차분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 사라지는 것에는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며, 그림이 할 일은 거기 새겨진 시간의 결을 기록하는 것이라는 믿음.
그는 장지와 린넨 위에서 작업한다. 옅은 먹을 여러 번 쌓아 올리는 적묵(積墨)의 방식이다. 한 겹을 충분히 말린 뒤에야 다음 겹을 올리기에, 화면은 힘이 아니라 반복으로 깊어진다. 연필과 콘테가 조용히 개입하고, 그어진 선은 기억에 형상을 부여하는 행위가 된다.
개인전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사이아트스페이스, 서울, 2022)에서 그는 이 작업론을 온전히 펼쳐 보였다. 작품의 주제는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게 간직된 회상의 분위기와 냄새다 — 찰나로 스쳐 간 어린 시절의 감성이 돌아와 현재를 견디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방식.
그의 절제는 의도된 것이다. 색을 덜어내고 옅은 먹을 겹겹이 쌓아 톤을 짓는 동안, 형상은 한 걸음 물러나고 그 자리에 흔적의 깊이가 떠오른다. 화면에 남는 것은 대상의 기록이 아니라 응시의 기록이다 — 보일 만큼 충분히 오래 머문 일상의 미세한 결.
동작아트갤러리의 「흔적의 깊이」(2024)부터 문화실험공간 호수의 「고운 기록」(2024)에 이르기까지, 그의 단체전에는 같은 물음이 잔잔히 되돌아온다 — 지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그의 대답은 사라지는 것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한 겹 한 겹 곁에 머무는 것이다. 그 시간이 종이의 표면 위로 읽힐 때까지.
주요 테마
- 1
적묵 — 쌓아 올린 먹
장지에 옅은 먹을 한 겹씩 말려 가며 쌓는 적묵. 깊이는 힘이 아닌 인내로 짓는다.
- 2
기억과 노스탤지어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회상마다 다른 분위기와 냄새. 어린 시절의 감성이 돌아와 현재를 위로한다.
- 3
흔적의 깊이
색을 덜어내고 형상은 물러난 자리. 남는 것은 일상의 미세한 결을 향한 응시의 기록이다.
작가의 시간
- M.F.A.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졸업.
- 2022개인전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사이아트스페이스(서울).
- 2023단체전: 「작가 H의 상점」(동탄아트스퀘어), 「동작:확장」(동작아트갤러리).
- 2024단체전: 「흔적의 깊이」(동작아트갤러리), 「고운 기록」(문화실험공간 호수), 「동시다발전 Art Alliance」(N2아트스페이스).
- 2025단체전: 「만류귀종」(아이디어회관), 「사이, 혹은_사이」(갤러리 일호, 한겨레 큐레이팅스쿨 3기 선정작가), 4인전 「NO MATTER」(N2아트스페이스).
주요 전시
- 개인전: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사이아트스페이스, 서울 (2022)
- 단체전: 「흔적의 깊이」, 동작아트갤러리 (2024) — 동작아트갤러리 전시기획 공모
- 단체전: 「고운 기록」, 문화실험공간 호수 (2024) — 신진예술가 공모전시
- 단체전: 「사이, 혹은_사이」, 갤러리 일호 (2025) — 한겨레 큐레이팅스쿨 3기 선정작가
- 단체전: 「만류귀종」(아이디어회관, 2025), 청년예술인 기획전 「사이 사이 쉼」(문화실험공간 호수, 2025), 4인전 「NO MATTER」(N2아트스페이스, 2025)
세 편의 에세이 —
먹과 기억, 그리고 남는 것에 관하여
1적묵 — 반복으로 짓는 깊이
김영서 작업의 기술적 핵심은 적묵(積墨), 먹을 쌓는 일이다. 단 한 번의 짙은 붓질로 깊이를 구하는 대신, 그는 옅은 먹을 한 겹 올리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그 위에 다시 한 겹을 올린다 — 그리고 또 한 겹, 또 한 겹. 톤은 칠해지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이것은 느린 방법이고, 그 느림이 곧 의미다. 한 겹마다 마르는 데 걸린 시간이 담기기에, 완성된 화면은 한 순간의 그림이 아니라 여러 순간의 퇴적이 된다. 흡수가 강하고 되돌릴 수 없는 장지 위에서, 한번 올린 먹은 지울 수 없다. 작가는 인내를 하나의 형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손이 충분히 반복되어 종이가 기억할 때에야 이미지가 도착한다는 것을.
연필과 콘테는 이 과정의 가장자리에서 개입하고, 그어진 선은 특정한 역할을 맡는다 — 기억에 형상을 부여하는 것. 먹이 분위기를 짓는 자리에서, 선은 어렴풋이 떠오른 것의 윤곽을 더듬는다. 알아볼 만큼은 또렷하고, 계속 흩어질 만큼은 옅게.
2사라지는 것들 — 떠나는 것에 깃든 아름다움
2022년 사이아트스페이스 개인전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에서, 김영서는 이후 작업을 관통하게 될 전제에 이름을 붙였다. 그의 주제는 슬픔으로서의 상실이 아니라 질감으로서의 상실이다 — 사람마다 다르게 간직한 회상이 품은, 기억 속에서 보낸 시간만큼 일그러지고 부드러워진 분위기와 냄새.
찰나로 스쳐 간 어린 시절의 감성이 그의 작품 속에서 돌아오는 것은 소유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림은 어떤 의미에서 현재를 견디는 모든 이에게 건네진다 — 사라진 것이 그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가라앉아, 가는 길에 빛깔을 바꾸며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작은 위안.
그가 밝은 색을 덜어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라지는 것은 선명하지 않다. 그것은 흐릿하고, 반쯤 지워졌으며, 옅은 먹의 톤으로 떠오른다. 그것을 요란하게 그리는 일은 그것을 위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팔레트를 고요히 유지함으로써, 그는 작품이 기억의 진짜 음역을 간직하게 한다 — 과거가 나직이 말하는 방식, 멈춰 서서 귀 기울이는 이에게만 들리는 방식.
3고운 기록 — 간직의 한 형식으로서의 응시
김영서의 전시들에는 마치 사적인 어휘처럼 제목이 되풀이된다 — 「흔적의 깊이」, 「고운 기록」. 이 제목들은 함께 하나의 작업 윤리를 그린다. 정성껏 기록하는 일이 곧 지나가는 것을 멈추는 척하지 않으면서 간직하는 한 방식이라는 것.
그의 작업은 사라지는 것을 붙들지 않는다. 그 곁에 머문다. 종이 위에 쌓이는 깊이는 시간을 두고 들인 응시의 깊이다 — 한 겹 또 한 겹, 대상의 기록이 아니라 작가가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가의 기록. 그런 의미에서 그의 그림은 기억의 문서인 만큼이나 인내의 문서다.
동작아트갤러리의 「흔적의 깊이」에서 호수의 「고운 기록」까지, 같은 고요한 물음이 되돌아온다 — 떠나는 것을 멈춰 세우지 않으면서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김영서의 대답은 먹으로 건네진다. 사라져 가는 것의 곁을 지키는 것, 한 겹 한 겹, 그 시간이 종이의 표면 위로 읽힐 때까지.
첫 개인전부터 최근의 단체전까지, 김영서의 작업은 하나의 차분한 물음을 추구해 왔다 — 사라지는 것들에 깃든 시간의 결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대답이 일상의 미세한 결을 향한 먹의 작업이다. 씨앗페에는 이 캠페인의 대상으로 서가 아니라, 동료 예술인과의 연대자로 함께한다 —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이 한국 예술인에게 지워진 금융 차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 짊어진 채 일할 수 있도록.
주요 작품
총 2점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서 작가는 동료 예술인을 위한 연대의 뜻으로 씨앗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한 점의 구매가, 오늘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 한 사람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