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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이 찍는 사진: 이수철의 포토그래피 경계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오사카예술대학 사진학과 출신. 이수철은 카메라와 필름 없이도 인화 과정만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실험을 통해 '사진'이라는 범주 자체를 확장한다.

이수철, 〈포르코 당신은 어디있나요?-1〉, 2011, Pigment print on paper, 70x46.6cm
이수철, 〈포르코 당신은 어디있나요?-1〉, 2011, Pigment print on paper, 70x46.6cm

이수철에게 '사진'은 매체가 아니라 질문이다.

"만약 사진이 단순히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면, 반드시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전제는 허물어질 수 있다."

그는 실제로 카메라와 필름 없이 인화 과정만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시도한다. 최종 이미지가 '포토그래피'인지, '이미지그래프'인지, '디지그래프'인지의 명명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카메라란 단지 현상을 포착하기 위한 하나의 메커니즘일 뿐"이라는 태도. 사진가의 자리를 이미지 창조자의 자리로 확장하는 시도다.

오사카, 상명, 그리고 강단

이수철은 일본 오사카예술대학교(OSAKA UNIVERSITY OF ART)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그 뒤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학과에서 '순수/이미지사이언스'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수학한 '순수 사진'은 사회적 메시지나 시대 정신을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지사적 행위보다는, 예술 그 자체의 내면적 가치에 집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그는 사진의 존재론적 경계를 거듭 실험한다.

강의 이력도 길다. 대구예술대학교 사진학과(2007-2012), 국민대학교 조형대학(2008-2009), 상명대학교 사진영상학과(2013-현재), 충남대학교 디자인창의학과(2010-현재). 한 세대의 사진 전공생들이 그의 강의실을 거쳐갔다.

비동시성 제주, 기억의 여정

이수철의 개인전 목록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제목들이 있다.

  • 《기억의 여정》 — 서산 여미갤러리(2022), 대전 더빔갤러리(2023), 오사카 솔라리스갤러리(2023년경)
  • 《Day dream》 / 《Daydream》 — 브레송갤러리(2016), 광주 갤러리 혜윰(2020)
  • 《비동시성-제주》 — 대구 예술상회 토마, 서울 스페이스22·브레송갤러리, 서산 여미갤러리(2018)
  • 《혜원사진첩》 — 이즈갤러리(최근), 공간썬더 초대전(2025)

2011년 그림손갤러리 《화몽중경》, 2008년 갤러리 ON 《幻想의 Epiphany》, 2008년 브레송갤러리 《Architectural Photography》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전시 제목들 자체가 '환상과 기억, 비동시성'이라는 한 계보에 놓여 있다.

국제 무대, 팀 프로젝트

2014년 독일 에센 Zollverein 세계문화유산에서 열린 《Contemporary Art Ruhr Media Art Fair》에 참여했다. 2001년에는 일본 도야마에서 열린 《SAKA-NO MACHI ART in yatsuo 2001》에 출품했다. 2009년 오사카예술대학 예술정보센터 전시홀에서 《Contemporary Korea Photographs Exhibition》에도 이름을 올렸다.

팀 프로젝트 활동도 활발하다. 2016·2017년 인천문화재단 기금으로 진행된 《인천여자》 시리즈, 2018년 제주문화재단 기금의 《비동시성-제주》(비오톱갤러리 제주). 개인 작업과 지역 기반 공동 프로젝트를 병행해온 태도다.

포르코, 그리고 꿈을 넘어

이수철, 〈Over the Dream-2〉, 2011, 50x50cm
이수철, 〈Over the Dream-2〉, 2011, 50x50cm
〈Over the Dream-2〉 — 꿈을 건너는 화면

씨앗페 2026 출품작 두 점은 모두 2011년 작업이다.

'포르코(Porco)'는 이탈리아어로 '돼지'이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주인공 포르코 로소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디 있나요? 라는 질문이 붙은 제목. 답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의 자리를 이미지로 만드는 태도.

〈Over the Dream-2〉 역시 비슷한 톤이다. 'dream' 너머라는 제목 자체가, 사진이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라는 전통적 전제를 살짝 비킨다.

사진의 경계 위에서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이수철이 평생 탐구해온 것이 '사진의 경계'였다면, 씨앗페는 '예술과 연대의 경계'를 다룬다. 이미지가 카메라 없이도 만들어질 수 있듯, 연대도 거창한 제도 없이 한 점의 작품으로 시작될 수 있다. 경계를 묻는 작업과 경계를 확장하는 구조가 서로를 지원한다.

이미지가 된 질문

이수철의 작업이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면, 그 질문은 이렇다. 사진은 무엇인가?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리고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씨앗페 2026의 두 점은 그 질문의 2026년 판본이다. 관객의 벽으로 건너가는 순간, 질문은 다른 사람의 질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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