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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 두 도시의 문양: 김태균의 Ornament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6년 이상 활동한 작가. 김태균은 서울과 평양 두 도시로 들어가는 입체 교차로들을 모아,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낸다.

김태균, 〈Ornament #3〉, 2013, 디지털 프린트·디아섹, 100x100cm
김태균, 〈Ornament #3〉, 2013, 디지털 프린트·디아섹, 100x100cm

김태균의 〈Ornament #3〉은 멀리서 보면 복잡한 식물 넝쿨이나 핏줄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이 '문양(ornament)'은 전부 고속도로 입체 교차로다. 그것도 한 도시의 교차로가 아니라, 서울과 평양 두 도시의 교차로를 수집해 하나의 화면에 겹친 사진 콜라주다.

"서로의 길과 길이 만나고 함께 맞대어 만들어내는 이 새로운 문양의 형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에 대한 예술적 해석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시적 은유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설명이다. 출구와 입구가 보이지 않는 넝쿨 같은 이미지 속에서, 두 도시의 길이 서로를 가리키며 함께 회전한다.

슈투트가르트의 6년

김태균의 이력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길게 거쳐 간다.

  • 2006 쿤스트 프로젝트 《포어 파트》, 비어켄 발트 거리, 슈투트가르트
  • 2007 《포토 섬머》, 쿤스트 아카데미 전시실, 슈투트가르트
  • 2008 《테스트 빌트》, 폴시티 건물, 슈투트가르트
  • 2009 《Zart》, 얀 후트(Jan Hoet) 기획, 갤러리 ABT ART, 슈투트가르트
  • 2010 《디 나투어 페어빈뎃》, 빌링엔 슈베닝엔 시립공원
  • 2011 《No Limits》, 슈투트가르트 비르트샤프트 하우스
  • 2011 《풍경의 그늘》, 독일 에힝엔 시립미술관 기획 초대전 (개인전)
  • 2012 《바덴-뷔템베르크를 위한 60인의 작업》, 징엔 시립미술관

얀 후트(Jan Hoet)는 카셀 도큐멘타 IX(1992)를 이끈 벨기에 출신 유명 큐레이터다. 그의 기획전에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김태균이 독일어권의 현대미술 현장 안에서 자리를 잡았음을 알려준다. 에힝엔 시립미술관의 기획 초대 개인전도 같은 맥락이다.

귀국 후, 서울시립미술관과 김종영미술관

2013년, 김태균은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선정전에 당선되어 《영원한 휴가》(스페이스 캔)를 열었다.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사건들》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후의 주요 단체전도 이어진다.

  • 2014 《BETWEEN WAVES》,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획 APMAP, 오설록 뮤지엄, 제주
  • 2015 《살롱 드 세마》, 서울시립미술관 신소장 작품전
  • 2016 경기유망작가 《생생화화: 14개의 시선》, 고양 아람미술관
  • 2017 《경계 155》,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 2019 부산현대미술관 신소장 작품전 《상상의 공식》
  • 2019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전 개인전 《각색된 영토》
  • 2022 《완충의 시간》, 경기천년길갤러리
  • 2023 《"평화를 준수하라"》, 전태일 기념관 갤러리
  • 2025 《어제는 과거의 미래다》, 송원아트센터

서울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에 신소장 작품이 있다는 사실은, 그가 국내 주요 공공 컬렉션 안에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Ornament, 두 쌍

김태균, 〈Ornament #3-1〉, 2013, 디지털 프린트·디아섹, 100x100cm
김태균, 〈Ornament #3-1〉, 2013, 디지털 프린트·디아섹, 100x100cm
〈Ornament #3-1〉 — 같은 주제의 쌍

씨앗페 2026 출품작은 두 점, 모두 2013년 작업이다.

정사각형 100×100cm. 두 도시의 교차로를 수집한 콜라주. 작가의 또 다른 설명이다.

"출구와 입구가 보이지 않고 무심히 갈 길을 가는 차량들의 모습에서 연결과 소통이 요원해 보이는 한반도의 정치적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길을 맞대고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시도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서로에게 닫힌 두 도시의 교차로를 한 화면에 겹치면, 뜻밖에도 하나의 새로운 문양이 생긴다. 그것이 Ornament이다. 장식이라는 뜻의 단어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을 역설적으로 바꿔놓는다.

길이 맞닿는 자리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Ornament〉가 만드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만나지 못하는 길도 같은 화면 위에 놓으면 문양이 된다. 씨앗페의 기금도 비슷한 원리로 움직인다. 서로 모르는 작가와 컬렉터, 서로 모르는 작가와 다른 작가가 한 번의 판매와 한 번의 대출로 만난다. 직접 교차하지 않아도 같은 구조 안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새로운 문양이 생기는 자리

두 도시가 만날 수 없다면, 적어도 한 장의 사진 위에서는 만날 수 있다.

김태균의 작업은 그 불가능한 만남의 가능성을 시각화하는 일이었다. 2026년의 씨앗페도 비슷한 자리다. 예술인과 제도 금융이 만나지 못한다면, 적어도 상호부조의 구조 위에서는 만날 수 있다. 한 화면 위에서 두 도시가 문양이 되듯.

김태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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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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