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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쳐, 그리고 24시간 무인 갤러리: 김호성의 매체 실험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경희대 사학과와 중앙대 사진학과를 나온 작가. 김호성은 24시간 무인 갤러리를 1년간 운영하며 매달 전시를 열었고, 사진과 스티커 사이에서 연민의 시선을 기록한다.

김호성, 〈Inviting〉, 2011, pigment print(디아섹), 30x45cm
김호성, 〈Inviting〉, 2011, pigment print(디아섹), 30x45cm

김호성의 이력에는 조금 이상한 줄이 하나 있다. 2018-2019년, 그는 24시간 출입 가능한 무인 갤러리를 운영하며 매달 한 번씩 전시를 열었다. 《먼슬리 프로젝트》. 열쇠도 관리인도 없는 공간에 한 달마다 새로운 개념미술이 자리를 잡았다.

작가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자신의 작업을 발표하는 방식. 전시와 관객, 작가와 공간의 경계를 조금씩 흐리는 태도가 그 무렵부터 이어져 왔다.

사학과 출신의 사진가

김호성은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왔다. 역사학에서 사진학으로 전공을 옮기는 선택. 두 학문 모두 '기록'이라는 공통의 토대를 가진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초기 작업은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현대인의 욕망과 방황을 주제로 삼았다. 2011년 《신세대 아트스타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2년 《제9회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벌》(부산시립미술관), 2012년 《기억의 정치》(자하미술관), 2013년 《애니마믹 비엔날레》(대구미술관). 한국 미디어아트와 사진의 여러 플랫폼을 일찍부터 통과해왔다.

워싱턴에서 DDP까지

국내외의 단체전 이력도 두텁다.

  • 2016 《Seen vs Shown》, 워싱턴 한국 문화원, 미국
  • 2016 《Hello Media Art》, KT 상상마당, 서울
  • 2016 《제1회 K-foto festival BUFF》, BEXCO, 부산
  • 2017 《아시아프 2017》, DDP, 서울
  • 2018 《New York New York New York》, Art Space J
  • 2024 《KTX20주년 전시 여정 그 너머》, 문화역284, 서울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이 꾸준하다. 김호성에게 사진은 하나의 정해진 장르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개념에 맞춰 소환되는 도구에 가깝다.

시간의 표면, 그리고 들풀

최근 3년의 개인전 제목들은 작가의 사유를 단단하게 드러낸다.

  • 2023 《시간의 표면》, CICA미술관, 경기
  • 2025 《이것은 전시가 아니다》, N2 ART SPACE, 서울
  • 2025 《들풀은 아무렇게나 자란다》, 리각미술관, 천안

《이것은 전시가 아니다》는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즉시 떠올리게 한다. 《들풀은 아무렇게나 자란다》라는 제목은 정돈된 정원의 반대편에 있는 자연의 태도다. 김호성의 최근 작업은 '경계'와 '무작위'를 마주 보는 자리로 이동 중이다.

스티커쳐, 연민의 시선

김호성, 〈Time to lose〉, 2011, pigment print(디아섹), 30x45cm
김호성, 〈Time to lose〉, 2011, pigment print(디아섹), 30x45cm
〈Time to lose〉 — 2011년의 스티커쳐 시리즈

씨앗페 2026 출품작 두 점은 모두 스티커쳐(Stickerture) 시리즈다.

작가의 말이다.

"어린 시절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스티커들은 성인이 되고 현실을 마주한 작가에게 인위적인 웃음과 과장된 복장, 정형화된 포즈를 가진 다소 부자연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러한 감각을 비판이 아닌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스스로와의 동질감을 발견한다. 스티커는 타인에 의해 붙여지는 수동성을 지니는 동시에, 대상을 덮고 규정하는 능동성을 가진다. 그러나 대상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 기능을 상실하며,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만을…"

스티커에 대한 이 두 겹의 시선 — 수동성과 능동성 — 은 현대인의 정체성이 작동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이자, 스스로를 규정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규정이 걷히고 난 뒤에 남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

먼슬리 프로젝트의 연장선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김호성이 운영했던 24시간 무인 갤러리는 '작가가 직접 공간을 만드는' 실험이었다. 씨앗페는 '작가들이 서로 돌아가며 기금의 공간을 만드는' 실험이다. 둘은 규모와 목적이 다르지만, 작가가 제도의 밖에서 자신의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한 사람의 실험이 여러 사람의 연대로 확장되는 자리.

지워지지 않는 흔적

스티커는 떨어지면 기능을 잃지만, 흔적은 남는다.

씨앗페에 놓이는 한 점의 작품도 그렇다. 판매의 숫자는 한 번으로 끝나지만, 그 판매가 만들어내는 연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김호성의 〈Inviting〉과 〈Time to lose〉가 누군가의 벽에 붙을 때, 그 벽에 남는 것은 스티커보다 오래 가는 기록이다.

김호성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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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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