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자공학과와 경희대 한의대를 거쳐 제주로 돌아온 한의사. 김수오는 강정마을에서 침을 놓고, 새벽의 오름에서 사라져가는 풍경을 찍는다.

김수오의 하루는 둘로 나뉜다.
낮에는 한의원에서 아픈 사람을 고친다. 밤에는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중산간 들판과 오름으로 나선다.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의사의 손과 사진가의 눈이 번갈아 일한다.
화산섬의 아이, 육지로 간 청년, 돌아온 한의사
김수오는 제주에서 태어났다. 사라봉 아래 탑동 바다에서 뛰어놀던 아이였다. 썰물 때 돌을 뒤집으면 게와 보말이 나오고, 성게를 그 자리에서 깨먹던 바다. 그 바다를 온몸으로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1984년, 그는 고향을 떠나 공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6년여 근무했다. 이후 경희대학교 한의대에 다시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고, 불혹의 나이에 제주로 돌아왔다. 공학에서 의학으로, 육지에서 섬으로, 두 번의 전환이 한 사람의 삶 안에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고향의 바다는 더 이상 그가 기억하던 바다가 아니었다. 개발과 오염으로 생명이 사라져가는 바다.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김수오는 그렇게 말한다. 슬픔과 절박함이 함께 든 문장이다.
강정마을에서 카메라를 들다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들게 된 계기는 강정마을이었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밀어붙이던 시절. 김수오는 한의원 진료를 마치는 대로 한라산을 넘어 강정으로 달려갔다. 농성 천막에서 다친 주민들을 침으로 치료했다. 자정 무렵이 되어야 다시 제주시로 돌아오는 날들이 사계절 내내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중산간 들판에 차를 세우고 바라본 오름의 실루엣과 멀리 밤바다 고깃배 불빛이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탑동이 매립되고 구럼비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던 그는 생각했다. 저 풍광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담아 두어야겠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신들의 땅, 가닿음으로

2022년, 김수오는 첫 개인전 《신들의 땅》(갤러리 큰바다영, 제주)을 열었다. 오름을 주제로 한 첫 공개 발화였다.
그가 주로 찾는 곳은 제주의 동쪽 중산간 오름이다. 서쪽은 카메라 앵글 안에 어김없이 리조트와 골프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적이 끊긴 저물녘, 제주섬의 어둠과 고요, 원초적인 풍광 속에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그는 밤깊도록 홀로 산야를 거닌다.
2024년 두 번째 개인전 《가닿음으로》(갤러리 누보)에서는 제주마의 사계와 생로병사를 통해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작가의 말이다.
"나의 사진에 담긴 제주마, 소, 까마귀는 척박한 제주 산야에 순응하며 삶을 일궈온 제주민초들을 상징한다."
오름에서 시작한 시선이 그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으로, 다시 그 삶이 이어지고 사라지는 시간으로 깊어지고 있다.
씨앗페의 세 점
김수오는 씨앗페에 세 점을 내놓았다.

모두 Pigment ink on FineArt Paper print. 제주의 새벽, 겨울의 한라산, 중산간의 눈 내린 들판. 계절과 시간대가 서로 다르지만, 한 사진가가 '사라지기 전에 담아둔' 풍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낮의 침, 밤의 셔터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낮의 한의사 김수오가 사람의 몸을 돌본다면, 밤의 사진가 김수오는 섬의 몸을 기록한다. 그리고 씨앗페에서는 그의 작품 판매가 동료 예술인의 몸과 생계를 돌보는 일로 확장된다. 돌봄이 몸에서 섬으로, 섬에서 다시 공동체로 이동하는 셈이다. 김수오의 일관된 태도가 여기에 있다.
사라지기 전에
탑동이 매립되고 구럼비가 폭파됐다. 사라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밤마다 카메라를 든다. 제주마와 오름과 까마귀는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진 안에 남은 그것들은, 그 자리에서 계속 살아 있다. 씨앗페 2026의 세 점이 누군가의 벽에 걸릴 때, 제주의 한 밤이 그 벽에서 다시 밝아진다.
김수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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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