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판화공방 '판화방'을 운영해온 작가. 고장난 프린터의 부품과 에칭·리토그래피가 만나 두상이 된다.

김종환의 작업실에서는 아무것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한번 썼던 물건들을 그냥 쉽게 버린 적이 없다. 고장난 프린터기를 뜯어보니 꽤 괜찮은 부품들이 나왔다. 몇 개의 모터와 톱니들, 쇠막대들, 이상한 부품들, 쓰다 남은 못들, 쓰다 남은 볼펜들, 이제는 옛것이…"
그렇게 모인 부품들이, 그의 캔버스 위에서 '두상'이 된다. 한 사람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한 시대의 폐품이 동원되는 셈이다. 그는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지금은 판화공방 '판화방' 을 운영 중이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홍익판화가협회 회원이자, 한때 계원예대·계원예술학교에서 가르쳤다.
에칭, 드라이포인트, 리도그래피
김종환의 씨앗페 출품작 세 점은 공교롭게도 모두 '두상연구' 시리즈다. 그러나 기법은 서로 다르다.

금속판에 바늘과 산으로 흠집을 내는 에칭, 돌과 기름의 반발력을 쓰는 리도그래피, 그리고 오브제와 판화가 섞이는 믹스미디어. 판화의 모든 기법이 한 주제 위에 겹쳐진다. "익숙한, 또는 익숙하지 않은 형체"를 만드는 일. 작가의 말이다.
그림책이 판화가 되는 길
많은 사람에게 김종환은 판화가 이전에 '그림책 화가'로 먼저 알려졌다.
《반쪽이》, 《도깨비 씨름 잔치》, 《홍길동》, 《한비자》, 《+-×÷ 마술쇼》, 《한양에 담긴 조선의 꿈》, 《황금용과 무지개》. 월간지의 삽화도 적지 않다. 옛이야기와 산수(算數)와 조선의 도시계획이, 그의 손을 거쳐 아이들이 펼치는 한 권의 책이 됐다.
2017년 《더디퍼런스 — 매일판화 처음이어도 괜찮아》는 전공서로 출간됐다. 판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매일 조금씩 배울 수 있도록 정리한 책. 가르침의 태도가 문장의 제목에 그대로 배어 있다.
옳고 그른 — 세 번의 개인전
개인전은 간결하다. 2004년 청담 맥갤러리 《왕의 추억》을 시작으로, 2006년 대안공간 루프 《변신 에피소드》, 2018년 문 프래그먼트 갤러리 《옳고 그른》까지. 각 제목이 하나의 선언문처럼 읽힌다.
시대와 공방의 거리

김종환은 2005년 단원미술대전 판화부문 최우수상, 행주미술대전 판화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한국현대판화 공모전 '이상욱상'을 수상했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의 《메타프린트2022》(홍익대 현대미술관), 《포스트프린트2021》(김희수아트센터) 등에 꾸준히 참여했고, 2005년 한중판화교류전(중국 노신대학교), 한국 현대판화 스웨덴전(인플란 미술관)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8년 《한국현대판화 60년 — 판화하다》(경기도미술관)에 참여한 것은 그가 한 세대의 판화 계보 안에 놓여 있다는 공식 기록이다. 공방과 학교, 그림책과 갤러리를 오가며 그는 판화의 공적 자리를 만들어왔다.
판화방에서 씨앗페로
김종환은 씨앗페에 두상연구 세 점을 내놓았다.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판화는 원래 '여러 장을 찍을 수 있는 매체'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미지가 반복을 거쳐 여러 사람의 벽으로 건너간다. 판화의 본성 자체가 연대에 가깝다. 한 작품에서 다른 삶으로, 다른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김종환의 판화방이 만들어온 반복이 이번엔 기금이라는 또 한 번의 새김으로 이어진다.
고장난 것들이 얼굴이 되는 일
프린터 부품 하나, 모터 하나, 쓰다 남은 볼펜 하나. 각자는 버려질 뻔한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모이자 두상 하나가 생겼다.
그것이 김종환의 판화가 말하는 방식이다. 버려질 뻔한 것들을 다시 모으면, 낯설지만 분명한 형체 하나가 떠오른다. 씨앗페도 그런 자리에 있다.
김종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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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