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에서 고려불화로 건너간 작가. 조이락은 20년간 고려불화 재현에 매진하며 뉴욕과 LA까지 그 아름다움을 실어 날랐다.

조이락은 서양화를 공부하다가 고려불화에 매료되어 길을 바꾼 작가다.
동아대와 부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서양화가로 활동하다가 고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앞에서 멈춰섰다. 이후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고려불화와 유물재현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고,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유물재현 작업에 참여했다. 그 뒤로 20여 년. 그녀의 손끝에는 고려의 선(線)이 이어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수원시청
조이락의 고려불화 재현 작업은 국가 기관들의 소장품으로 남는다.
- 국립중앙박물관
- 서울역사박물관
- 수원시청
재현이라는 장르는 단순한 모사가 아니다. 원본의 안료, 선묘, 금니(金泥)의 광택, 비단의 물성을 함께 되살려야 한다. 문화재수리기능자 모사공(7148호) · 보존처리공(7547호)이라는 작가의 자격증이 그 정밀함을 공식으로 증명한다.
뉴욕에서 LA까지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전하는 일은, 조이락이 꾸준히 맡아온 역할이다.
- 2015 《고려불화 재현전》, 프록시플레이스 갤러리 초대, 미국 LA
- 2017 《고려불화 재현전》, 프러싱 타운홀, 미국 뉴욕 등 30여 회
- 2019 《김경호+조이락 2인전》, 티벳하우스 초대, 미국 뉴욕
티벳하우스와 고려불화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자리. 두 나라의 불교 미술이 서로를 비추는 전시였다.
어화둥둥, 숨은꽃, 바라밀
고려불화 재현 작업과 별개로, 조이락은 자신의 언어로도 개인전을 이어왔다.
- 2020 《숨은꽃 님에게 가는 길》(서울)
- 2021 《꽃으로 핀 바라밀》, 마하보디선원 초대, 경주
- 2021 《어화둥둥 아가야!》, 한옥갤러리 초대, 서울
제목들은 전통의 어휘로 짜여 있다. '바라밀(波羅蜜)'은 피안에 이르는 길을 뜻하는 불교 용어, '어화둥둥'은 옛 자장가의 후렴, '숨은꽃'은 언어 그 자체가 은유다. 고려불화의 재현자이면서 동시에 창작자인 두 얼굴. 그 둘 사이에서 조이락의 언어가 자라왔다.
현재 작가는 조이락 고려불화연구소를 운영하며, 무우수아카데미에서 강사로도 활동한다.
복주머니와 양귀비

씨앗페 2026 출품작 네 점에는 고려불화의 문법이 현대의 감각으로 옮겨온 흔적이 선명하다.


출품 시점 기준 네 점 중 세 점이 이미 판매됐다. 복주머니 두 점은 같은 해에 제작된 쌍둥이 같지만, 한 점은 블루, 한 점은 핑크로 색을 달리한다. 고려불화 속 보배 문양들이 오늘의 복주머니로 옮겨오는 방식이다.
씨앗페의 복
조이락은 씨앗페에 네 점을 내놓았다. 한지와 비단, 채색과 석채. 고려불화의 재료가 그대로 살아 움직인다.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복주머니 안에는 원래 엽전과 씨앗이 담긴다. 엽전은 당장의 생계, 씨앗은 다음 해의 수확. 씨앗페의 이름 자체가 이미 그 구조를 닮아 있다. 조이락이 그린 복주머니 두 점이 누군가의 벽에 걸릴 때, 엽전은 동료 예술인의 이번 달 월세가 되고 씨앗은 그다음 작업이 된다.
선, 선, 선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은 결국 선에 있다. 붓 끝이 종이 위를 스치면서 긋는 한 줄의 검은 선. 그 선은 수월관음의 옷자락을 따라 흐르고, 화면 전체를 가늠한다.
조이락은 20년 동안 그 선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제 그 선의 한 조각이 씨앗페라는 또 다른 선 위에 놓인다. 고려의 선에서 2026년의 연대의 선으로. 작가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이 긴 선은, 아직 끊기지 않았다.
조이락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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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