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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8년의 폭발: 박생광의 오방색 혁명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08 · 씨앗페

평생을 일본풍 화풍으로 살았던 화가가 일흔을 눈앞에 두고 폭발했다. 토함산 해돋이와 무당, 단청과 부적을 오방색으로 뒤덮은 박생광의 마지막 8년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장 극적인 전환 중 하나로 기록된다. SAF 2026에는 그의 드로잉 2점이 출품되어 있다.

생애 마지막 8년의 폭발 — 박생광의 오방색 혁명

한 화가의 생애에서 마지막 8년이 전부가 될 수 있다. 아니, 그 8년이 앞선 수십 년을 모두 집어삼킬 수도 있다. 박생광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 우회로

박생광은 오랫동안 일본풍의 그림을 그렸다. 섬세한 필선, 차분한 색조, 일본 채색화의 문법을 따른 작업들. 그것이 나쁜 그림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당대 기준으로 능숙한 화가였다. 하지만 지금 박생광을 기억하는 사람들 중 그 시절 작품을 떠올리는 이는 드물다.

변화는 70대에 찾아왔다. 더 정확히는, 생애 마지막 8년 동안에 일어났다. 화가에게 일흔이 넘은 나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은 용기라기보다는 어떤 폭발에 가깝다. 오래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것.

오방색이 터져 나온 순간

그가 선택한 소재들을 보면 의도가 선명하다. 토함산 해돋이. 탈. 단군. 십장생. 창. 불상. 단청. 부적. 무당. 하나하나가 철저히 한국적인 것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이 조선에서 지우려 했던 것들이다.

기법은 더 과격했다. 수묵화의 뼈대 위에 오방색(五方色)을 쏟아부었다.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 동양의 우주관을 담은 다섯 색깔이 화면을 점령했다. 차분하거나 절제되거나 하지 않다. 들끓는다. 넘친다. 살아있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구성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이 마치 들끓어 오르는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오방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동쪽은 청색(목木), 서쪽은 백색(금金), 남쪽은 적색(화火), 북쪽은 흑색(수水), 중앙은 황색(토土). 방위와 계절, 오행과 음양이 색 속에 녹아 있다. 박생광은 이 색 체계를 미적 장치로 쓴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언어로 사용했다.

조이락, 〈황금꽃〉, 2015, 비단에 석채, 한국화
조이락, 〈황금꽃〉, 2015, 비단에 석채, 한국화

수묵채색화의 새로운 문법

그가 만들어낸 기법을 미술사는 '수묵채색화'라 부른다. 수묵화의 선묘와 채색화의 색면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방식. 두 전통이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한국 전통 색채 관념에는 단청(丹靑)이 있다. 사찰과 궁궐의 처마 밑에 칠해진 그 강렬한 색의 패턴. 어린 시절 한 번이라도 절에 가본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빨강과 파랑과 녹색이 기하학적으로 맞물리는 그 현란함. 박생광은 그것을 화폭으로 끌어들였다.

무속(巫俗)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무당의 의복과 굿판의 색감, 부적의 붉은 글씨와 노란 바탕. 서양 미술의 잣대로는 '원시적'이라 치부될 수 있는 것들이 그의 화폭에서는 당당하게 현대미술의 어법을 획득한다.

서공임, 〈영웅〉, 2020, 한지·수간분채
서공임, 〈영웅〉, 2020, 한지·수간분채

뒤늦은 각성이 남긴 것

왜 70대에서야 이런 변화가 왔을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어쩌면 평생 그 안에 있던 것이 마침내 밖으로 나올 만큼 무르익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감각이 모든 타협을 거부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예술에서 '뒤늦음'은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긴 우회를 거쳐 마침내 도착한 사람이 내뿜는 확신에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갖지 못한 절박함이 배어 있다.

박생광이 죽기 전 8년 동안 그린 작품들이 '수묵채색화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만들어냈다. 한국현대미술사의 새롭고 독창적인 장르를 구축한 화가. 이것은 미술 비평의 언어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단순한 진실이 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솔직함이 도착했을 때 화면은 폭발한다.

SAF 2026의 두 작품

SAF 2026에는 박생광의 드로잉 2점이 출품되었다. 두 작품 모두 종이에 연필로 그린 것들이다.

《쏘가리》 (25x18cm, 종이에 연필, 1950년작)와 《백두산 천지 아침》 (25.7x18.8cm, 종이·연필)이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각 2,000,000원에 판매되었으며 현재 판매 완료 상태다.

유화나 채색화가 아닌 드로잉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거장의 손끝에서 형태가 찾아지는 과정, 그것이 드로잉이다. 완성된 화면이 아니라 생각이 움직이는 궤적. 특히 1950년작 《쏘가리》는 박생광이 아직 자신의 색을 찾기 전의 시간에 속한다. 마지막 8년의 폭발과 비교할 때, 이 초기의 선들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신예리, 〈야형화접도(夜螢花蝶圖)〉, 2023, 한국화
신예리, 〈야형화접도(夜螢花蝶圖)〉, 2023, 한국화

연대의 의미

SAF에 박생광의 작품이 포함된 것은 그의 예술이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사후(死後)에도 작품은 계속 새로운 맥락 속에 놓인다. 이번에는 동료 예술인들의 금융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의 자리에. 예술가가 살아서 무언가를 위해 싸우는 방식이 있고, 작품이 살아남아 다음 세대의 싸움에 합류하는 방식이 있다. 박생광의 경우는 후자다.

마지막 8년의 폭발. 그것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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