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건설환경공학과·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붓을 든 작가. 예미킴의 캔버스 위에서는 공터의 잡초와 우주의 고래가 같은 생명의 언어로 말한다.

예미킴은 KAIST에서 건설환경공학과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교량의 하중을 계산하고, 공정의 효율을 다루던 사람이 붓을 들었다. 공학의 언어가 떠난 자리로 들어선 것은 고래, 우주, 토끼풀, 홍학 같은 단어들이다. 수치와 다이어그램 대신 생명의 무늬가 캔버스를 채운다.
개인전 15회, 단체전 70여 회
공학도의 이력이 흔적으로만 남은 것은 아니다. 작가로서의 시간 역시 이미 단단하다. 개인전 15회, 기획 단체전 70여 회. 그녀가 한국 미술의 여러 장소를 꾸준히 통과해온 숫자다.
- 2019 인천문화재단 서해평화예술 프로젝트 공동기획
- 2022 광화문 국제 아트 페스티벌 국제 초대전 초대작가
- 2023 제주 빛의벙커 미디어아트 전시 《피어나다》
- 2024 서울 청년비엔날레 미술 평론가상 수상
시각예술, 미디어아트, 공공 프로젝트. 매체와 형식을 오가며 활동해온 태도가 개인전 15회라는 숫자 뒤에 놓여 있다.
공터의 잡초와 우주의 고래

작가의 작업 노트에는 짧지만 분명한 문장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공터의 잡초들은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다른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 문장은 씨앗페 출품작 《꽃밭》, 《토끼풀》, 《꽃》의 설명으로 함께 놓인 작가의 말이다. 공터의 잡초라는 자리. 누구도 주인이라 주장하지 않는 땅. 그러나 가장 끈질긴 것이 자라는 자리. 예미킴의 회화는 그 자리의 편을 든다.
한편 《고래의 꿈》, 《우주에서 I·II》, 《홍학의 꿈 I·II》 같은 제목들은 반대 방향의 스케일을 연다. 깊은 바다와 우주, 열대의 호수. 가장 작은 생명의 자리에서 가장 큰 세계의 자리로 이동하는 동안, 작가의 붓은 같은 톤을 유지한다. 색은 부드럽고, 선은 리드미컬하다.
씨앗페의 여덟 점
예미킴은 씨앗페에 여덟 점을 내놓았다.






여덟 점이라는 숫자는 씨앗페 출품 작가 중에서도 눈에 띄게 많은 편이다. 공학도 시절 익혔을 '많이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감각이, 다작의 리듬으로 이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굴복하지 않는 생명력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다른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하는 잡초." 작가가 화면에 불러온 이 문장이, 우연히도 씨앗페의 정의와 겹친다. 환경은 종종 예술인에게 불리하게 짜여 있다. 그러나 한 작가의 캔버스가 다른 작가의 안식처가 되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공학에서 회화로, 다시 연대로
예미킴은 일찍 방향을 바꿨다. 공학에서 회화로. 그 첫 번째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그 자리에 이미 그림을 선택한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씨앗페는 그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뒤에 올 사람에게 길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홍학의 꿈이 어디까지 날아갈지, 토끼풀이 어느 공터에 다시 자랄지. 그 다음 풍경도 누군가의 붓에 달려 있다.
예미킴의 작품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을 소개합니다:
- 첫 작품을 산 사람들 — 네 명의 컬렉터에게 듣다 — 첫 작품을 들이는 순간은 모두 다릅니다. 취업 첫 월급, 엄마의 생일, 이혼 후 새 집 — 씨앗페에서 첫 작품을 산 네 사람의 이야기.
- 이윤엽 — '파견미술가'의 다색 목판, 노동의 결을 새기다 — 한국 다색 목판화 거장 이윤엽. '파견미술가' 액티비스트, 공장 고무판 매체, 농부·노동자 모티브,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5점 큐레이션.
- 이철수 — 민중판화에서 선(禪)의 판화로, 한국 목판화의 한 결 — 1954년생 한국 목판화의 거장 이철수. 1980년대 민중판화 → 선(禪)·영성·평화의 판화로 30년 작업 변화. 충북 제천 농사+판화. 5점 큐레이션.
관련 매거진
같은 길을 걷는 작가들
작품 구매 가이드
씨앗페
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