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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과 지리, 큰 먹의 화면: 우용민의 수묵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전남 도립미술관과 오스트리아 갤러리가 소장해온 한국 수묵의 정통. 우용민은 병오년 2026년, 한지 위에 두 마리의 말을 풀어놓았다.

우용민, 〈병오마 1〉, 2026, 한지에 먹, 71x36cm
우용민, 〈병오마 1〉, 2026, 한지에 먹, 71x36cm

우용민의 붓은 크다.

2020년 행촌미술관에 소장된 〈두륜〉은 198×545cm이다. 2022년 작업한 〈눈꽃〉은 180×720cm, 2023년 전남 도립미술관이 소장했다. 〈지리산 반야봉〉은 181×360cm.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리는 그의 화면은, 한국 수묵의 큰 숨을 오늘로 잇는 자리다.

그러나 씨앗페 출품작 두 점은 71×36cm의 비교적 작은 규격이다. 대규모 소장작들과는 다른 호흡으로, 같은 붓이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말을 불러온다.

해남, 수묵의 중심

우용민의 작업은 전남 해남을 축으로 움직인다.

  • 2020 《두륜》, 행촌미술관, 해남
  • 2022 《화엄지리전》, 화엄사 성보박물관
  • 2022 《범 내려온다, 복 내려온다》, 신안
  • 2021 《김환기 고택의 달과 별전》, 김환기 고택
  • 2025 《수묵_사군자전》, 행촌미술관, 해남
  • 2024 《하늘이 내린천 인제가 가꾼 자작나무》, 기적의 도서관 인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2017·2018·2021·2023 네 차례 참여했고, 방콕 포창국제아트페스티벌(2023), 오스트리아 인스부르그 노스부르가 갤러리 《시적인 풍경》(2024), 치앙마이 국제아트페스티발(2024) 등 국외에도 이름을 올렸다.

두 권의 작품집

작가의 대형 수묵 작업은 두 권의 책으로 묶여 있다.

  • 《두륜》 (도서출판 헥사곤, 2020)
  • 《지리》 (도서출판 헥사곤, 2025)

두륜산과 지리산.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놓이면, 우용민이 남도의 산을 먹과 한지로 옮겨온 시간이 그대로 보인다.

병오년, 두 마리의 말

우용민, 〈병오마 2〉, 2026, 한지에 먹, 71x36cm
우용민, 〈병오마 2〉, 2026, 한지에 먹, 71x36cm
〈병오마 2〉 — 병오년의 두 번째 말

씨앗페 2026 출품작 두 점은 모두 〈병오마(丙午馬)〉 연작이다.

2026년은 병오년, 곧 붉은 말의 해다. 수묵의 정통을 지켜온 작가가 말띠의 해에 한지 위로 두 마리의 말을 풀어놓았다. 같은 제목의 연작이지만, 각각의 말은 서로 다른 자세와 먹의 농담을 갖는다. 한 쌍으로 걸어두면 두 말이 화면 밖에서 서로의 방향을 가늠할 것 같다.

소장과 출판 사이

작가의 작품은 이미 공적 기관에 꾸준히 소장되어 왔다. 행촌미술관, 전남 도립미술관, 오스트리아 Gallery Northbruga. 국내외 12점 이상의 소장 기록. 대형 수묵 작가로서 우용민의 자리가 공고하다는 증거다.

씨앗페 출품작은 이런 대형 소장 작품과는 다른 접근 가능한 규격이다. 소장의 기회를 일반 컬렉터와 동료 예술인 간의 연대로 열어두는 작업. 큰 붓이 쓴 '작은 말'이 개인의 벽으로 건너가는 통로가 된다.

2026년의 말이 달릴 자리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병오년 붉은 말은 전통적으로 활력과 전환의 상징이었다. 우용민의 두 말이 누군가의 벽에 걸릴 때, 그 벽의 주인은 한 해의 활력을 얻고, 동시에 다른 예술인에게도 활력의 자원이 전해진다. 먹이 한지에 스미듯, 한 점의 작품이 공동체의 움직임으로 번진다.

큰 화면과 작은 화면, 같은 먹

지리산의 반야봉을 181×360cm로 담는 붓과, 71×36cm의 병오마를 그리는 붓은 같은 붓이다.

규격은 달라도 먹의 농담과 한지의 결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수묵의 오래된 약속이다. 씨앗페 2026의 두 점은, 우용민의 40년 수묵이 큰 화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작은 화면에서도 같은 깊이로 호흡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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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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