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불똥은 19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적 작가이자, 사진 포토몽타주와 디지털아트를 통해 시대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포착해온 예술가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아바나비엔날레·광주비엔날레·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1985년 공권력에 의해 강제 폐쇄된 전시를 기획했던 그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저항과 연대의 미학을 작품에 새기고 있다.

경찰이 전시를 닫은 날
1985년, 서울 아랍미술관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박불똥이 기획한 전시 《한국미술, 20대의 힘》. 막을 올린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강제로 막을 내렸다. 공권력에 의해 폐쇄된 한국 미술사 최초의 전시로 기록되는 사건이었다. 작품들은 압수됐다. 전시장 밖에서 소식을 들은 이들은 미술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이 그를 침묵시키지는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문을 열었다. 같은 해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가 발족했고, 민중미술은 더 넓은 사회적 관심을 얻었다. 1985년의 그 날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사진을 자르고 붙이는 이유
박불똥(1956~)은 경상남도 하동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그러나 당시 홍대가 가르치는 추상화풍 교육은 그에게 공허하게 느껴졌다. 예술이 사회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다는 신념이 그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1980년대 초, 그는 사회 참여 예술 동인 '현실과 발언'에 합류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매체를 찾았다. 포토몽타주였다.
신문과 잡지에서 이미지를 오려낸다. 자르고 붙인다. 권력자의 얼굴, 폭력의 장면, 자본주의의 상징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충돌한다. 그것을 카메라로 찍어 인화한다. 결과물 앞에서 그는 기묘한 선언을 한다. 이 콜라주는 '원본'이 아니라고. 손으로 만든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작업 과정일 뿐이며, 원본은 찍힌 사진이고 그 사진도 복제될 수 있다고.
원본이 없는 예술. 소수가 독점하는 미술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나눌 수 있는 예술을 향한 방법론적 선언이었다.
아바나에서 민예총까지
1985년 전시 폐쇄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쿠바 아바나비엔날레에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로 이어졌고, 2012년까지 11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형이하 악》에서는 사진 콜라주로 시대의 모순을 풍자했다. 《못-쓸-것》에서는 하찮아 보이는 사물들로 자본주의의 구조를 들춰냈다. 신학철 작가와의 협업 전시 《현대사 몽타주》(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역사를 예술로 증언하는 일관된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이사장으로서 예술인의 권리와 문화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도 이어왔다. 예술이 사회 밖에 있지 않다는 신념은 작업실을 넘어 현장으로 확장됐다.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인 이후에도 비판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매체가 달라져도 세상의 모순을 이미지로 해부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소멸에 대한 질문, 연대에 대한 답
씨앗페 2026 출품작 〈멸(滅)〉(1992, 디지털 프린트, 40.7×58.5cm)은 한자어 '소멸'을 화두로 삼는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가.
권력은 사라진다. 억압의 시대도 사라진다. 그러나 그 시대를 기록한 이미지는 남는다. 이것이 포토몽타주가 묻는 것이다.
40년 동안 예술인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작가가 씨앗페에 작품을 내놓은 것은 자연스러운 연장이다.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지는 상호부조 구조. 저항과 연대를 예술로 실천해온 박불똥 작가의 신념과 그 정신은 깊이 공명한다.
1985년, 경찰이 전시를 닫았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온 이미지들은 닫히지 않았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은 여전히 열려 있다.
박불똥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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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