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과 카르마를 회화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 이유지의 '카르마다이스'는 좋은 업이 쌓이는 쉼터의 풍경이다.

이유지는 자신의 작업을 '카르마다이스(Karmadise)'라 명명했다.
카르마(karma)와 파라다이스(paradise)의 합성. 염원의 힘에 따라 좋은 카르마를 쌓아 극복하고 해탈에 이르는 여정. 그녀의 캔버스에는 '쉼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마음 속 바램이 머물며 정화되는 자리. 그리고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
강화 전등사 무설전에서
2025년, 이유지는 강화 전등사 무설전의 서운갤러리 공모에 선정되어 《카르마다이스》 개인전을 열었다. 같은 해 서울 아트보다갤러리에서 《바램이 머물다 다시 일어서는 곳》 초대 개인전. 전시 제목들이 그대로 작가의 작업 선언문처럼 읽힌다.
수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2015년 석사학위 청구전 《불안 마주하기》로 국민아트갤러리에서 릴레이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 사이아트 도큐먼트 공모에 선정돼 《심연의 풍경》을 선보였고, 2024년에는 은평문화재단 사이 공모 선정작 《몽상가의 파라다이스》(은평문화재단)와 《염원의 파티》(더 스퀘어즈 갤러리) 초대 개인전이 이어졌다.
염원의 안식처

이유지에게 염원(念願)은 기도나 바람이 아니라 '잠재된 에너지이자 치유의 순간을 끌어당기는 원초적 힘'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작동하는 힘. 작가는 회화의 언어로 그 힘을 탐구한다.
그녀의 쉼터 시리즈는 회상과 희망, 정화의 감정을 담는다. 어두운 색의 숲 한가운데 떠오르는 빛의 점,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드는 투명한 빛, 뿌리처럼 단단히 내린 염원의 자리. 이미지는 기독교의 성소나 불교의 선방(禪房)보다는, 작가가 직접 만든 사적 유토피아의 풍경에 가깝다.
공식 인정과 소장
2024년, 이유지는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 작가》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제주미술대전에서도 장려상. 그해 작품 〈습지에 피어난 자아, 심연의 꽃〉이 겸재정선미술관에 소장됐다.
2020년에는 서울 문화 본부 박물관에 〈심연의 숲 2〉가, 2016년에는 하나은행 아트뱅크에 〈붉은 방〉이 소장됐다. 페어·개인 컬렉터 소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작가는 춘천문화재단 춘천예술촌 4기 레지던시에 입주해 작업을 이어간다.
마음약국, 그리고 예술장돌뱅이
이유지의 이력은 전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마움치유봄처럼' 프로그램으로 은평구립 내를건너서도서관에서 치매어르신 참여강의를 진행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수원페스티벌 《마음약국》에서 '염원의 성물 제작소' 워크샵을, 서울 명동밥집 《예술한끼》에서 '비비디바비디' 예술장돌뱅이 워크샵을 열었다. 치유와 염원이라는 주제를 스튜디오 밖에서도 실천한 셈이다.
씨앗페의 쉼터
이유지는 씨앗페에 세 점을 내놓았다.

씨앗페 출품 시점 기준으로 〈빛을 머금은 쉼터〉는 이미 판매됐다.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작가가 캔버스에 만든 염원의 안식처는, 이번 씨앗페에서 물리적 쉼표가 된다. 밀린 월세 걱정 없이 다음 작업으로 나아가는 시간. 작가의 카르마다이스가 곧 동료 예술인의 현실적 해탈이 되는 순간이다.
좋은 업이 쌓이는 곳
카르마는 원래 '행위'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좋은 행위가 쌓이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믿음.
이유지의 염원의 쉼터가 누군가의 벽에 걸릴 때, 그 그림은 두 번 일한다.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쉬게 하고, 이름 모를 다른 예술인의 월세를 납부한다. 좋은 업이 쌓이는 자리. 그것이 2026년의 카르마다이스다.
이유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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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