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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금융 현실을 보여주는 5개의 숫자 — 한 장으로 읽는 데이터

예술인 금융 현실을 보여주는 5개의 숫자 — 한 장으로 읽는 데이터

미술 산책 · 발행 2026년 5월 25일 · 씨앗페

84.9% · 48.6% · 3,500만원 · 95% · 5.7%. 다섯 개의 숫자를 나란히 두면 한국 예술인의 금융 현실이 한 장으로 드러납니다.

예술인 금융 현실을 보여주는 5개의 숫자

오윤, 〈형님〉, 사후판화 목판, 24x34cm — 통계 뒤에는 얼굴이 있다
오윤, 〈형님〉, 사후판화 목판, 24x34cm — 통계 뒤에는 얼굴이 있다

한국 예술인의 금융 현실은 여러 보고서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흩어진 데이터를 다섯 개의 숫자 카드로 압축합니다. 각 숫자는 한 장의 카드처럼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고, 다섯 장을 나란히 놓으면 한국 예술 생태계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카드 1·2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2025 예술인 금융 재난 보고서》(2025년 10월 발표, 전국 예술인 179명 설문), 카드 3은 문화체육관광부 「2024 예술인 실태조사」(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예술인 5,059명), 카드 4·5는 씨앗페 상호부조 기금의 3년 운영 기록에서 가져왔습니다.


카드 1 · 84.9%

"제1금융권 대출 접근 불가"

제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예술인이 **84.9%**입니다.

무엇을 의미하나 제1금융권은 한국 성인 대부분에게 기초 금융 인프라입니다. 전세자금, 긴급 생활비, 자녀 학자금, 의료비 대출 — 이 네 가지를 해결하는 기본 창구입니다. 예술인은 10명 중 8~9명이 이 인프라 바깥에 있습니다. 84.9%가 그 비율입니다.

절반은 거절당하고, 3분의 1은 아예 신청하지 않는다 84.9%는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53.1%는 실제로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31.8%는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판단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이 31.8%를 **'그림자 거절(Shadow Rejection)'**이라 부릅니다. 거절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공식 기록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입니다.

왜 그런가 거절 사유를 보면 구조가 드러납니다. 소득이 불규칙하거나 증빙이 어려워서가 62.6%, 신용점수가 낮아서가 27.4%, 무직자로 분류되어서가 18.4%입니다. 한국의 신용 평가 시스템은 정규직 근로소득·4대 보험·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짜여 있습니다. 예술인의 비정기적 소득은 이 시스템에서 아무 신호도 없는 상태로 읽힙니다. 자세한 구조 분석은 제1금융권이 예술인을 거절하는 이유에서 다룹니다.


카드 2 · 48.6%

"연 15% 이상 초고금리를 겪은 비율"

고금리 상품을 이용한 예술인 가운데 **48.6%**가 연 15% 이상의 초고금리를 감당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나 제1금융권에서 거절당한 예술인이 갈 곳은 저축은행·카드론·캐피탈·대부업입니다. 보고서를 보면 예술인의 **83.2%**가 이런 고금리 상품을 이용한 적이 있고 그중 48.6%가 연 15%를 넘는 이자를 물었습니다. **40.8%**는 법정 최고금리(연 19.9%) 바로 아래 구간에 몰려 있었습니다. **7.8%**는 연 20%를 넘는 불법 고금리까지 겪었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강요된 선택(Forced Choice)'**이라 부릅니다. 조건을 따져 고른 자리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어 밀려간 자리입니다.

수학으로 보는 무게 작업실 보증금으로 500만원을 빌린다고 해보겠습니다. 연 15%면 이자만 한 해 75만원, 연 19.9%면 약 99만원입니다. 카드 3에서 볼 예술활동 개인 수입 연평균 1,055만원에 대면 각각 **7.1%**와 **9.4%**입니다. 재료비도 작업실 임대료도 아닌, 오직 이자로 나가는 몫입니다.

왜 무서운가 고금리 대출은 원금을 갚기 전에 이자가 먼저 쌓입니다. 소득이 몇 달씩 끊기는 구조에서는 한 달 연체가 두 달 연체를 부르고 거기서부터 대출로 대출을 갚는 순환이 시작됩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카드 4 앞에 놓인 숫자에 나와 있습니다 — 예술인의 43%가 채권추심을 경험했고 추심을 겪은 사람의 88.3%가 창작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현저히 위축됐습니다(완전 중단 33.8% + 위축 54.5%).


카드 3 · 1,055만원

"예술활동으로 버는 한 해 수입"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얻는 개인 수입은 1인당 연평균 1,055만원입니다. (2023년 기준)

국민 평균의 41.3% 같은 해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은 2,554만원이었습니다. 예술인의 예술활동 수입은 그 41.3% 수준입니다. 달로 나누면 88만원 남짓입니다.

평균이 오히려 후한 숫자다 평균은 소수의 상위 작가가 끌어올립니다. 분포를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 예술창작활동 개인 소득이 **연 1,200만원에 못 미치는 예술인이 75.7%**입니다. 월 100만원 아래입니다
  • 예술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전업 예술인은 52.5%. 나머지 절반가량은 다른 일을 겸합니다
  • 자신의 저작물로 저작권 소득을 얻은 예술인은 **29.1%**에 그칩니다

같은 조사에서 예술 경력이 끊긴 이유 1순위는 **'예술활동 수입 부족'(65.5%)**이었습니다.

가구 소득과 나란히 놓으면 조사 대상 예술인이 속한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4,590만원입니다. 개인의 예술활동 수입 1,055만원과 벌어진 격차는 가족의 다른 소득과 겸업, 그리고 대출이 메웁니다. 카드 1과 카드 2가 왜 생기는지가 여기서 보입니다.

시간 분포의 왜곡 연 수입이 같아도 예술인은 불리합니다. 어떤 달은 몰아서 들어오고 어떤 달은 0원인데, 은행의 신용 평가는 월마다 일정한 수입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 불규칙성이 곧 카드 1(84.9%)의 원인입니다.


카드 4 · 95%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의 상환율"

제도권 금융이 거절한 예술인들이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운영한 상호부조 대출의 상환율은 약 **95%**입니다.

왜 놀라운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기준으로 시중은행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은 2024년 말 약 0.8~1.2%입니다. 얼핏 씨앗페 기금의 부실률이 몇 배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두 숫자는 모집단이 다릅니다.

시중은행씨앗페 상호부조
심사신용등급·소득 증빙·담보없음 (조합원 자격·상호 책임)
대상심사를 통과한 사람은행이 거절한 사람
부실률0.8~1.2%약 5%

시중은행의 1%는 미리 걸러낸 사람들에게서 나온 숫자이고, 씨앗페의 5%는 아무도 걸러내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숫자입니다. 둘은 전혀 다릅니다. 통념대로라면 심사 없이 빌려준 대출의 부실률은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무엇을 증명하나

"예술인은 신용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그들의 신용을 읽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동체 약속의 구속력, 얼굴이 보이는 자금, 적정 금액 원칙, 동료 심사 — 상호부조가 95%의 상환율을 만드는 구조는 상호부조 기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상세히 다룹니다.


카드 5 · 5%

"씨앗페 상호부조 기금의 대위변제율"

씨앗페 상호부조 기금의 대위변제율(기금이 대신 갚은 비율)은 약 5%. 상환율 95%의 뒷면입니다.

대위변제율이란 차주가 갚지 못한 원금을 기금이 대신 갚습니다. 그 금액을 전체 대출액으로 나눈 값이 대위변제율입니다. 이 숫자가 너무 낮으면 기금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신호이고, 너무 높으면 지속할 수 없습니다.

3년의 추이

2023년2024년2025년(누적)
대출 건수129건305건354건
지원 금액2억 9,400만원6억 900만원약 7억원
대위변제율2.64% (5건)5.1% (20건)약 5%

첫해 2.64%에서 이듬해 5.1%로 올랐습니다. 규모가 두 배 넘게 커지는 동안에도 부실률은 이 선에서 멈췄습니다. 신용 심사 없이 실행한 대출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연도별 운영 기록은 SAF 상호부조 3년의 여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의미하는 바 95%가 신뢰는 작동한다는 증거라면, 5%는 그 신뢰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두 숫자가 나란히 있어야 상호부조 모델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섯 장을 한 문장으로 엮으면

예술인의 84.9%가 제1금융권 바깥에 있고,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간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연 15% 넘는 이자를 물며, 정작 예술활동으로 버는 돈은 한 해 1,055만원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심사하지 않은 상호부조 대출은 95%가 상환됐습니다.

숫자 다섯 개는 서로 맞물려 질문과 답을 동시에 담습니다.

  • 카드 1·2·3 = 문제 (구조적 배제와 그 비용)
  • 카드 4·5 = 답의 가능성 (다른 방식의 신용 측정)

숫자 뒤의 사람들

숫자는 실태를 보여주지만 그 안의 삶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작업실 월세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썼던 회화 작가, 공연 직전 추심 전화를 받아야 했던 음악가, 50대에 처음 은행에서 거절당한 조각가의 이야기는 창작을 포기한 날 — 다섯 예술인의 증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박재동, 〈연인〉, 수채 텍스처 위 안료, 29.7x42cm — 이 숫자들 뒤에는 이런 손끝이 있다
박재동, 〈연인〉, 수채 텍스처 위 안료, 29.7x42cm — 이 숫자들 뒤에는 이런 손끝이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 숫자들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요? A. 카드 1·2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2025 예술인 금융 재난 보고서》(2025년 10월 발표, 전국 예술인 179명 설문)입니다. 카드 3은 문화체육관광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조사 기준연도 2023년, 전국 17개 시도 예술인 5,059명)입니다. 카드 4·5는 씨앗페 상호부조 기금의 2023~2025년 운영 기록입니다. 조사마다 모집단과 시점이 다르므로 각 카드의 수치는 같은 표본에서 나온 값이 아닙니다.

Q. 48.6%는 전체 예술인 중 비율인가요? A. 아닙니다. 고금리 상품을 이용한 적이 있는 예술인(83.2%) 가운데 연 15% 이상을 겪은 비율입니다. 연 20%를 넘는 불법 고금리를 겪은 비율 7.8%는 따로 집계한 값입니다.

Q. 카드 4(95%)와 카드 5(5%)는 모순되지 않나요? A. 같은 사실의 앞뒷면입니다. 95%는 상환된 비율, 5%는 기금이 대신 갚은 비율입니다. 다만 연도별로는 차이가 있어 2023년에는 대위변제율이 2.64%, 2024년에는 5.1%였습니다. 카드 5의 5%는 3년 누적 기준입니다.

Q. 예술활동 수입 1,055만원이면 어떻게 생활하나요? A. 그것이 카드 3의 요점입니다. 전업 예술인이 52.5%뿐이고 나머지는 겸업으로 메웁니다. 가구 전체 연소득이 4,590만원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의 다른 소득이 그 격차를 떠받칩니다. 그마저 부족한 자리는 카드 2의 고금리 대출이 채웁니다.

Q. 해외도 비슷한가요? A. 다릅니다. 독일 KSK·프랑스 앵테르미탕·영국 ACE 등 해외 주요국은 공공 사회보험을 기반으로 이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한국은 공공 시스템이 비운 자리를 민간 상호부조가 메우고 있어 위치가 독특합니다. 자세한 비교는 해외 예술인 금융 지원 사례에서 다룹니다.

Q. 인포그래픽 이미지로 공유할 수 있을까요? A. 이 글을 옮긴 공식 인포그래픽 이미지는 씨앗페 우리의 현실 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표기와 함께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Q. 시민으로서 이 숫자를 바꾸려면? A.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작품을 한 점 사는 것입니다. 수익의 일부가 상호부조 기금으로 흘러가 카드 5의 여력을 키우고 그 힘이 다시 카드 1 바깥에 있는 예술인에게 돌아갑니다. 다섯 숫자가 서로 연결된 시스템이라 한 지점의 작은 개입이 전체 그래프를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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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2025 예술인 금융 재난 보고서》 (2025.10.18 발표, 전국 예술인 179명 설문)
  • 문화체육관광부, 「2024 예술인 실태조사」 (조사 기준연도 2023년, 전국 17개 시도 예술인 5,059명)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시중은행 개인신용대출 연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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