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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다시 서는 확장된 모성: 양순열의 오뚝이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회화와 조각을 넘나드는 컨템포러리 작가. 양순열의 오뚝이(Ottogi) 시리즈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가장 오래된 장난감을 '확장된 모성'의 상징으로 불러낸다.

양순열, 〈Ottogi_Mother Ya-ho〉, 2014, Car paint on resin, 55x55x120cm
양순열, 〈Ottogi_Mother Ya-ho〉, 2014, Car paint on resin, 55x55x120cm

양순열의 씨앗페 출품작 여섯 점은 전부 오뚝이다.

오뚝이. 넘어뜨려도 다시 일어나는, 한국인이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 양순열은 이 장난감을 조각의 형태로, 자동차 도장(Car paint)으로 완성된 매끈한 표면으로, 크롬과 무지개빛과 파스텔 핑크로 다시 세상에 세운다.

확장된 모성

"작가가 평생에 걸쳐 작업을 수행해온 주제는 존재와 사물 일반에 대한 깊은 시적 공감과 연관된 것이다. 특히 그녀는 확장된 모성의 회복을 통해 이 시대가 처한 위기의 극복과, 인간/사물/자연 사이의 영적 교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작가 소개의 핵심 문장. '확장된 모성(expanded motherhood)'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어머니의 돌봄'을 넘어, 인간과 사물과 자연 전체에 걸친 돌봄의 감각으로 뻗어간다. 오뚝이가 그 감각의 물질적 현현이다. 아무리 밀어도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 사물. 작가는 그 집요한 복원력을 '모성의 회복'과 연결한다.

여섯 개의 오뚝이, 서로 다른 색

양순열, 〈Ottogi Chrome Rainbow (purple top)〉, 2022, Car paint on resin, 60x60x130cm
양순열, 〈Ottogi Chrome Rainbow (purple top)〉, 2022, Car paint on resin, 60x60x130cm
〈Ottogi Chrome Rainbow (purple top)〉 — 보라색 정수리를 가진 크롬 무지개 오뚝이

씨앗페 출품작 여섯 점의 크기와 색은 서로 다르지만 재료와 형태는 일관된다. 모두 레진(resin) 위에 자동차 도장으로 마감한 오뚝이 조각이다.

'Mother Ya-ho'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어머니의 '야호', 산 정상에서 내지르는 해방의 외침, 혹은 부름의 소리. 오뚝이는 늘 서 있기 때문에, 언제든 대답할 수 있는 자세로 놓인 존재다.

Earthy와 Chrome, 두 가지 질감

양순열의 오뚝이는 크게 두 톤으로 나뉜다.

하나는 Chrome Rainbow. 자동차에 쓰는 크롬 도장으로 마감된 무지개 표면. 빛을 받을 때마다 색이 바뀌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파장이 드러난다. 기술과 산업의 미감.

다른 하나는 Earthy Rainbow. 흙빛이 섞인 무지개. 같은 무지개라도 토양에 가까운 톤. 자연의 층위에 가까운 질감.

동일한 '오뚝이'라는 형태가 두 톤 사이에서 진동한다. 한 쪽은 도시/산업/기술을, 다른 한 쪽은 대지/자연/흙을 가리킨다. '인간/사물/자연 사이의 영적 교감'이라는 작가의 주제가 표면의 선택으로 구현되는 셈이다.

씨앗페의 여섯 오뚝이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오뚝이는 넘어져도 반드시 다시 일어나는 사물이다. 그러나 이 '다시 일어남'은 가만히 두었을 때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안에 무게 중심이 설계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돌봄과 설계가 함께 있어야 오뚝이는 오뚝이가 된다.

예술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씨앗페의 상호부조 기금은 그 '무게 중심'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양순열의 여섯 오뚝이가 누군가의 공간에 놓일 때, 그 오뚝이는 장식 이상의 일을 한다. 판매액이 기금이 되고, 기금이 또 다른 작가의 무게 중심이 된다.

Ya-ho!

양순열의 오뚝이는 조용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목은 말한다. Mother Ya-ho.

어머니가 산 너머로 외치는 이름. 그 외침이 닿기를, 그리고 외침의 상대가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씨앗페 2026도 그 외침의 한 메아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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