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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강릉까지, 식물정원의 파편: 박소형의 생태 조각

작가를 만나다 · 발행 2026-04-20 · 씨앗페

SVA에서 학사, 보스턴대학에서 조각 석사를 받은 작가. 박소형은 AI와 식물·버섯 포자를 아우르며 서울·보스턴·뉴욕을 오가는 생태예술을 펼친다.

박소형, 〈Botanical Garden, 식물정원〉, 2025, 수채화·잉크드로잉·박스·한지, 75x125cm
박소형, 〈Botanical Garden, 식물정원〉, 2025, 수채화·잉크드로잉·박스·한지, 75x125cm

박소형의 작업은 세 개의 도시 사이에서 움직인다.

서울, 보스턴, 뉴욕. 그리고 조각, 설치, 비디오 아트, AI 미디어, 식물과 버섯 포자를 끌어들이는 생태예술까지. 한 작가 안에 여러 매체와 여러 지리가 나란히 놓여 있다.

SVA에서 시작해 보스턴대로

박소형은 뉴욕의 스쿨오브비주얼아트(School of Visual Arts, SVA)에서 순수예술 학사를 받았다(BFA, 2021). 이어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조형예술 석사(BU MFA Sculpture, 2023)를 마쳤다.

"박소형 작가는 조각, 설치미술,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AI를 결합한 미디어 작업이나 식물이나 버섯 포자 등 생태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매체의 경계를 넘는 작업자의 태도가 SVA와 BU의 교육 과정 안에서 자랐다. 미국에서 조각을 공부하면서 생태예술과 AI 미디어까지 손을 뻗는 폭. 그 폭이 곧 작가의 정체성이다.

세 개의 그룹, 세 개의 지향

박소형은 세 개의 작가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

  • 뉴잉글랜드 스컬처 어소시에이션(NESA) —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조각가 연합
  • I3C (Inspiring Climate Change) — 보스턴 기후위기 아티스트 그룹
  • 그린 레시피 랩 — 한국 여성 아티스트 그룹

조각, 기후위기, 한국 여성 작가 네트워크. 세 방향의 소속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 단독 작가로만 활동하지 않고, 공동의 주제 아래 꾸준히 모이는 사람들 속에서 작업하는 방식이다.

What's Next: 주목할 신진

2022년, 박소형은 보스턴 Emerson College Media Art Gallery에서 열린 《What's Next: Perspective Micro and Macro》 전시에 선정됐다. 보스턴 내에서 활동하는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호명된 자리였다.

같은 해 뉴욕 Knockdown Center의 《Burning Man Decompression》, Piano Craft Gallery 《Banging the Door》, 보스턴 《Behind VS Shadow》 등 6개 전시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에는 LaguanaART.com Gallery의 《Water, Ancient Greek philosophy and in Western alchemy》(캘리포니아 Mission Viejo), Lesley University College of Art and Design의 《Boston MFA Mixer》에 참여했다.

디지털 수프와 파운틴스트릿

2023년과 2024년, 박소형은 《Digital Soup》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Cyber Art Gallery(2023)와 Fountain Street Gallery의 Sidewalk Gallery 프로그램(2024). '디지털 수프'라는 이름은 AI와 식물 생태를 결합한 작업의 실험장에 가깝다. 2025년에는 보스턴 Piano Craft Gallery 《Future Yarning》, Arts Collaborative Medford 《Boundary and Beyond》, 808 Commonwealth Gallery 《Information overload》 등 보스턴 기반 전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활동도 늘어나는 중이다. 2025년 부산 Arise Artspace 《Urban Resistance》, 그리고 같은 해 강릉 갤러리 청풍에서 초대 개인전 《과거의 파편과 미래의 조각이 스쳐 지나가는 그날을 기록하다》.

식물정원과 드러나는 죽음

박소형, 〈Revealed Di, 그 죽음이 드러나다〉, 2025, 수채화·잉크드로잉·박스·한지, 49x53cm
박소형, 〈Revealed Di, 그 죽음이 드러나다〉, 2025, 수채화·잉크드로잉·박스·한지, 49x53cm
〈Revealed Di, 그 죽음이 드러나다〉 — 박스와 한지가 섞이는 자리

씨앗페 2026 출품작은 두 점이다.

재료 목록 자체가 이미 박소형의 작업 방식이다. 수채화와 잉크 드로잉은 전통적 회화 재료, 박스는 산업 소재, 한지는 한국의 고유 물질. 세 가지가 한 화면에 섞인다. 미국에서 훈련된 조형 언어와 한국의 재료가 겹쳐지는 자리.

'식물정원'과 '드러나는 죽음'이라는 두 제목이 한 쌍으로 놓일 때, 작가가 '과거의 파편과 미래의 조각' 사이에서 기록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된다. 생명의 장소와 죽음의 개방. 생태예술이 다루는 두 극단이다.

기후위기와 상호부조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박소형이 속한 보스턴 I3C는 기후위기 아티스트 그룹이다. 그녀의 작업이 늘 '생태'와 '공동'의 주제를 품고 있는 이유. 기후위기가 공통의 문제라면, 한국 예술인의 금융 차별 또한 공통의 구조다.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없고, 공동의 행위로만 조금씩 줄어든다. 씨앗페의 상호부조는 그 공동의 행위 중 하나다.

세 도시의 감각

박소형의 작업은 '세 도시'의 감각을 가진다. 서울의 한지, 보스턴의 실험, 뉴욕의 에너지.

씨앗페는 그 세 도시 중 서울 쪽의 관객에게 박소형을 건넨다. 미국에서 쌓인 조형의 시간이 한국의 벽으로 오는 셈이다. 그녀의 두 점이 한 도시의 자리에서 다른 도시의 작가에게 흘러가는 일. 그 흐름이 식물정원이라는 이름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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