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과 풍경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풀과 나무, 돌, 시든 꽃잎과 말라버린 열매처럼 작고 사소한 대상들을 ...
나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과 풍경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풀과 나무, 돌, 시든 꽃잎과 말라버린 열매처럼 작고 사소한 대상들을 오래 바라보는 경험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의 층위를 인식하게 만들었고, 이는 나의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동안 <꿈꾸는 연가>(2017),<화성,언저리 풍경>(2019),<화성,묵시의 풍경>(2020),<카이로스 벽화>(2023),<쿼크(Quarks)의 시간>(2026)등의 작업을 통해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그 주변부의 존재들을 탐구해왔다. 내가 살고 있는 수원화성의 성곽 언저리에서 발견한 미세한 변화와 흔적들은 거대한 역사와 대비되는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며, 나에게 있어 중요한 시각적 사유의 대상이 되었다. 《쿼크의 시간》은 이러한 탐구를 더욱 확장한 작업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단위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쿼크의 시간>은 우주의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인 ‘쿼크(Quarks)’가 세계를 꿰고 있음을 은유한다. 물리학에서 빌어온 이 개념을 통해 물질의 구조와 시간의 구조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과 쿼크는 둘 다 직접적인 지각의 차원에서 벗어나 있지만 동시에 모든 관찰 가능한 현상을 떠받치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쿼크처럼, 파악하기 어렵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가장 사소한 일상 속 사물에까지 스며드는 보편적인 존재로 응시하고자 한다. 사진은 단순히 순간을 포착하는 매체가 아니라, 시간의 축적과 밀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작업방식은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의식(ritual)적이다. 나는 매일 산책하며 자연물을 관찰하고 수집한 뒤, 검은배경 위에 우주를 상상하며 시든 자연물을 와이어로 매달고, 씨앗과 열매를 붙이며, 스러져가는 것들을 핀으로 고정시키는 등 재조합하여 자연의 본질을 정물(Still Life)로 표현한다. 그리고 정물위에 별자리, 우주, 물리학에서의 시간, 전통문양을 상징적으로 드로잉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연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영원에 대한 염원을 시각화하고자 함이다. 이후 연작으로 <쿼크의 시간: 바다>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오랜시간 파도에 의해 닳아진 작은 조각들을 정물적 구성과 드로잉을 통해 또 다른 시선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는 파편화된 시간의 조각들이 서로를 통해 의미를 생성하며 이 구조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나의 작업은 결국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감각 가능한 형태로 드러내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카테고리별 작품 보기
이 작가들은 예술인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작가입니다.
작품 구매와 조합원 가입으로 예술인 상호부조 기금에 함께해주세요.
최재란 개인전 화성(華城), 묵시의 풍경 장소 :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갤러리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22번길...
수원화성 등 역사적 장소와 기억의 잔상을 핀홀 사진 기법으로 포착하며, 자연과 인간, 역사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숭고한 정신을 환기시키는 사진 세계.
한국예술가협회에 소개된 최재란 작가의 개인전 소식과 작품 활동 보도.
수원 화령전에서 펼쳐진 개인전 ‘꿈꾸는 연가’ 소식. 연꽃을 통해 내면의 정서와 시간의 흐름을 핀홀 카메라의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