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과 전신,
쪽빛에 담은 전통의 현재성
우리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린 진경(眞景).인물의 정신까지 담아내는 전신(傳神)의 초상.
옛것을 익혀 —
새것을 그리다
김현철은 호 시중재(時中齋)· 금릉(金陵)을 쓰며 한국 전통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중견 동양화가다. 그는 오랫동안 전통의 핵심으로 여겨져 온 두 영역 — 우리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리는 진경산수(眞景)와, 인물의 정신을 담는 전신(傳神) 초상 — 에서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간송미술관에서 전통을 익혔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조선 회화의 가장 깊은 소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미술사학자 최완수의 가르침 아래 겸재 정선을 비롯한 진경 시대 거장들의 세계에 잠겨, 그 작품을 모사하고 연구하며 전통의 문법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그의 산수는 이상화된 중국의 화법을 흉내 내지 않는다. 우리 산천을 직접 바라보고 본 것을 그린다 — 세 세기 전 겸재의 진경 혁명을 추동했던 바로 그 신념이다. 그의 초상은 전신을 지향한다. 주인공의 외모를 넘어, 그 사람의 개성과 감정, 내면의 태도까지 화면에 전한다. 건축물을 자로 재어 정밀하게 그리는 계화(界畵)의 영역에서도 작업을 이어 왔다.
작업 전반에는 한 가지 독특한 음색이 흐른다 — 쪽빛의 깊고 푸른 색채, 그리고 고요하고 정신적인 무게다. ‘시중재’라는 호는 지금 이 순간에 마땅함을 행한다는 시중(時中)의 뜻을 품어, 그의 중심 물음을 가리킨다. 전통을 유물로 보존하는 법이 아니라, 그것을 지금 살아 있게 하는 법. 옛것을 배워 새것을 만든다는 길이다.
그의 주요 작업 중 하나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전의 주인공을 봉안한 영정, 《춘향영정》의 제작이다 — 전신 초상의 전통을 직접 끌어다 쓴 작업이다. 2025년 서울 겸재정선 미술관은 그의 작업을 두 차례 연이은 초대 개인전 《전신(傳神)》과 《진경(眞景)》 으로 선보였다 — 그의 작업을 떠받치는 두 기둥을 차례로 호명한 셈이다.
주요 테마
- 1
진경산수(眞景)
이상화된 화법이 아니라 우리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린다. 겸재 정선 이래 진경 전통의 신념을 잇는다.
- 2
전신(傳神)의 초상
외모를 넘어 인물의 개성·감정·내면까지 화면에 전한다. 《춘향영정》 제작이 이 전통을 끌어 쓴 작업이다.
- 3
전통의 현재성
쪽빛 색채와 고요한 정신성. ‘시중재’의 호는 지금 이 순간의 마땅함을 뜻하며, 전통을 현재에 살리려는 지향을 가리킨다.
이력과 작업
-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 간송미술관에서 미술사학자 최완수의 가르침 아래 전통 수학 — 겸재 정선 등 진경 시대 거장 작품 모사·연구.
- 진경산수·전신 초상·계화(界畵)를 아우르는 작업 전개.
- 고전의 주인공 춘향을 봉안한 영정 《춘향영정》 제작.
- 겸재정선미술관 초대 개인전 (서울, 2025): 《전신(傳神)》에 이어 《진경(眞景)》.
그가 잇는 전통
- 진경(眞景): 18세기 겸재 정선이 연 전통으로, 이상화된 모범이 아니라 우리 실경(實景)을 직접 보고 그리는 화법.
- 전신(傳神): 인물의 외형뿐 아니라 그 정신까지 전한다는 동아시아 초상의 이상.
- 간송미술관: 간송 전형필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 — 그가 전통을 직접 익힌 곳.
세 편의 에세이 —
봄, 정신, 그리고 현재에 관하여
1진경(眞景) — 직접 보고 그린다는 것
오랜 세월, 동아시아 산수화의 상당 부분은 이상화된 본보기에서 출발했다. 있는 그대로의 산천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할 산천이었다. 18세기, 겸재 정선은 그 전제를 뒤집었다. 그는 우리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직접 걸으며 본 것을 그렸다. 이것이 진경(眞景)이며, 한국 회화사에서 가장 묵직한 전환의 하나로 남아 있다.
김현철은 그 계보 안에 선다 — 흉내 내는 자가 아니라 잇는 자로서. 간송미술관 에서 미술사학자 최완수의 가르침 아래 그는 진경 시대 거장들을 모사하고 연구했다. 붓, 구조, 실제 능선이 먹으로 풀려나가는 방식 — 그 문법이 몸에 밸 때까지. 이런 모사의 목적은 향수가 아니다. 스스로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함이다.
그 결과는 관찰과 신념에 뿌리내린 산수다. 우리 땅이 직접 바라볼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점의 그림이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자기 시대에 온전히 현재할 수 있다는 것.
2전신(傳神) — 정신을 옮기는 초상
동아시아 초상 전통에서 가장 높은 목표는 결코 닮음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신(傳神) — 정신을 전하는 일이었다. 얼굴을 그리는 일을 통해 한 사람의 개성과 감정, 내면의 태도를 화면 너머로 옮기는 것. 뛰어난 초상은 주인공이 어떻게 보였는가뿐 아니라 그가 누구였는가를 드러낸다고 여겨졌다.
김현철은 이 조선 초상의 전통을 다시 그리고 다시 상상하는 데 몰두해 왔다. 그의 초상은 표면을 지나 내면으로 — 기질과 평정, 한 사람이 짊어진 무게로 — 나아간다. 스스로를 단지 《전신(傳神)》이라 이름한 2025년 전시는 그 지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작업 가운데 하나가 《춘향영정》의 제작이다 —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전의 주인공 춘향을 봉안한 영정이다. 상상 속 인물에게 봉안에 합당한 얼굴을 부여하는 일은 전신 전통의 도달 범위를 끝까지 시험한다. 앉아 있던 한 사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이미 품고 있는 정신을 불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3시중(時中) — 쪽빛에 담은 전통의 현재성
그의 호 시중재(時中齋)는 시중(時中)의 뜻을 끌어온다 — 지금 이 순간에 마땅함을 행하는 것,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그것은 양식이 아니라 물음을 새기는 이름이다. 수백 년의 전통을 박물관의 유물로 굳히지 않고, 어떻게 지금 살아 있게 할 것인가.
그의 대답은 한편으로 색채에 있다. 작업 전반에 깊은 쪽빛이 흐르며, 고전적 이면서도 분명히 그만의 음색을 — 묵직하고 고요하게 현대적인 톤을 — 부여한다. 그의 손에서 전통은 현대의 습관 위에 걸쳐 입는 의상이 아니다. 그것은 이어받아 새롭게 갱신되는 보는 방식이다.
그렇게 그의 작업은 구호 없이도 옛것의 현재형을 주장한다. 진경의 산수에서 전신의 초상으로, 계화의 자질러진 선에서 쪽빛의 깊이로 — 김현철은 간송에서 익힌 것이 과거에만이 아니라 오늘 만들어지는 작업에도 속한다고 믿는다.
간송의 공부방에서 자신의 화실까지, 김현철의 작업은 하나의 물음을 추구해 왔다. 전통을 박제하지 않고 어떻게 물려받을 것인가 — 옛것은 어떻게 현재에 머무는가. 한 생애에 걸쳐 구축된 대답이, 우리 땅을 직접 보고 한 사람의 정신을 담으며 쪽빛으로 빛나는 그림이다. 씨앗페에는 이 캠페인의 대상이 아니라, 동료 예술인과의 연대자로 함께한다 —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이 그가 마땅하다고 믿는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요 작품
총 1점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김현철 작가는 동료 예술인을 위한 연대의 뜻으로 씨앗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한 점의 구매가, 오늘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 한 사람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