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겹칠수록
선명해진다
기억의 순간들을 한 화면에 겹쳐 올리다.그리운 것은 반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되살아난다.
겹쳐 올린 이미지 —
지워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기억
김주희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중견 작가다. 그는 자신을 단순하게 소개한다 — 이미지 오버랩 작가라고. 그러나 그 한마디는 이름표라기보다 하나의 방법론이다.
그의 전제는 그린다는 것은 곧 그리워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그리다〉라는 말이 〈그리워하다〉에서 파생되었듯,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원적으로 같은 몸짓이다. 그래서 그는 그리운 것들을 사랑하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또 보고, 사진으로 찍어, 그 이미지들을 한 겹씩 겹쳐 올린다.
그 결과는 잊지 못할 추억과 전혀 다른 공간을 잇는 반복적인 중첩이다. 작가의 말 그대로, 〈그림 속 이미지는 계속 중첩하여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의 손에서 기억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 겹칠수록 더 또렷해진다.
그러므로 화면에 쌓이는 것은 그리움만이 아니라 그 반대편의 무게이기도 하다 — 현대인들의 욕망, 가지고 싶은 것들, 그리고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 한 번의 중첩은 소멸에 맞서는 작은 항변이다 — 시간이 데려가 버릴 것들을 안료 속에 붙들어 두는 방식.
30년이 넘는 작업 — 개인전 총 36회와 약 185회의 단체전 — 을 거치며, 그 방법론은 그의 작업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으로 이끌었고, 서울시립미술관 SeMA 선정작가와 키미아트 선정작가로 그를 자리매김했다. 그가 그토록 담담히 부르는 이미지 오버랩은, 이제 오래 축적된 한 세계다.
주요 테마
- 1
이미지 오버랩
기억의 순간을 찍은 사진을 서로, 그리고 전혀 다른 공간 위에 겹쳐 올린다. 반복이 곧 작업의 구조다.
- 2
그리다 = 그리워하다
〈그리다〉는 〈그리워하다〉에서 파생되었다. 그림은 그리운 것을 사랑하고 다시 찾는 행위가 된다.
- 3
욕망과 사라지는 것
중첩된 화면은 현대인의 욕망, 가지고 싶은 것들,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품는다. 기억은 잃히지 않고 되살아난다.
작가의 기록
- 학력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 개인전개인전 총 36회(갤러리 12회) — 아트스페이스H, 갤러리두, 스페이스엄, 갤러리탐, 대안공간눈, 그림손갤러리 등.
- 단체전단체전 185회 — 서울옥션, 화랑미술제, 국회의사당, 63빌딩 스카이아트뮤지엄, 세종문화회관 등.
- 아트페어화랑미술제, 서울아트쇼, 부산국제아트페어, 아트아시아, 뱅크아트페어, 얼반브레이크, 대구아트페어, 아시아프, 국제공예아트페어, 롯데호텔아트페어 등.
- 소장·선정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SeMA 선정작가, 키미아트 선정작가, 마을미술 프로젝트 선정작가, 네이버 프로젝트꽃 createrday4 선정작가.
- 협업카니발피자 아트상품 콜라보레이션.
소장 및 선정
- 국립현대미술관 — 작품 소장
- 서울시립미술관 SeMA — 선정작가
- 키미아트 — 선정작가
- 마을미술 프로젝트 — 선정작가
- 네이버 프로젝트꽃 — createrday4 선정작가
세 편의 에세이 —
중첩과 그리움, 그리고 남는 것에 관하여
1이미지 오버랩 — 구조로서의 반복
김주희 작업의 기술적·개념적 핵심은 하나의 동작이다 — 겹침. 그는 잊지 못할 순간과 장소를 사진으로 찍고, 그 이미지들을 한 겹씩 서로, 그리고 전혀 다른 공간 위에 겹쳐 올린다. 그림은 하나의 장면을 향한 창이 아니라 여러 장면이 같은 화면에 눌려 쌓인 퇴적이다.
놀라운 것은 그 반복이 향하는 방향이다. 우리는 흔히 이미지를 거듭 겹치면 흐려지고, 닳고, 끝내 지워질 것이라 짐작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작가의 담담한 진술 그대로, 〈그림 속 이미지는 계속 중첩하여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중첩은 소멸이 아니라 강화의 수단이 된다.
그 역전이 이 작업의 조용한 주장이다. 다루면 다룰수록 바래는 연약한 것으로 여겨지던 기억이, 여기서는 천천히 인화되는 사진처럼 움직인다 — 손길이 거듭될수록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반복은 마모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지를 간직하는 방식이다.
2그리다, 그리워하다 — 방법이 된 어원
김주희는 작은 언어적 사실 위에 작업을 세운다. 한국어에서 〈그리다〉 — 그리고 칠하다 — 와 〈그리워하다〉 — 보고 싶어 하다 — 는 같은 뿌리를 나눈다.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은, 이 독법에서는 이미 그것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그리는 손과 그리워하는 마음은 두 행위가 아니라 하나다.
그는 그 어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절차로 삼는다. 그리운 것들을 사랑하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또 보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그 사진들을 작업 속에 겹쳐 올린다. 그의 손에서 그리움은 그림 위를 맴도는 정서가 아니라 그림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다 — 어떤 한 이미지가 선택되고, 다시 찾아지고, 한 번 더 놓이는 이유.
그래서 그 중첩은 결코 기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한 겹 한 겹은 두 번 들여다볼 만큼 그리워했다. 화면 위의 축적은 끝내 애착의 기록이다 — 작가가 차마 놓지 못한 것에게로 얼마나, 그리고 얼마나 자주 되돌아갔는지의 척도.
3욕망과 아쉬움 — 중첩이 품는 것
방법이 겹침이고 동기가 그리움이라면, 내용은 좀 더 양가적이다. 화면에 모이는 것에는, 작가의 말대로, 현대인들의 욕망과 가지고 싶은 것들, 그리고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함께 담긴다. 작업은 다정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갈망과 상실을 같은 화면 안에 품는다.
바로 이 점이 그림을 단순한 향수로부터 지켜 낸다. 기억된 이미지를 겹친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원했고 또 얼마나 적게 간직할 수 있었는지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첩은 뻗어 나감과 놓아 보냄을 함께 새긴다 — 욕망이 소멸의 사실에 맞대어진 채, 어느 한쪽도 다른 쪽을 지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지막 음은 패배가 아니다. 이미지가 반복 속에서 죽는 대신 되살아나기에, 작업은 소박한 위안을 건넨다 — 그리운 것은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잃히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안에 가라앉고, 변하고, 다시 표면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다 — 한 겹 한 겹, 다시 보일 만큼 충분히 오래 응시될 때.
36회의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에 이른 작업을 통해, 김주희는 하나의 차분한 물음을 추구해 왔다 — 그리운 것을 바래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그 대답이, 겹칠수록 기억이 선명해지는 이미지 오버랩의 작업이다. 씨앗페에는 이 캠페인의 대상이 아니라, 동료 예술인과의 연대자로 함께한다 —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이 한국 예술인에게 지워진 금융 차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 짊어진 채 일할 수 있도록.
주요 작품
총 5점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김주희 작가는 동료 예술인을 위한 연대의 뜻으로 씨앗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 판매 수익의 일부는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한 점의 구매가, 오늘 금융 차별을 겪는 예술인 한 사람의 다음 한 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