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서양화 석사, 개인전 22회. 송광연은 한국 전통 민화의 모란도(牡丹圖) 위에 '자수 놓는 나비'를 아크릴 페인팅으로 재현한다.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워싱턴 한국문화원까지 이어진 K-팝아트 작가.

송광연의 캔버스에는 두 개의 시간이 겹쳐 있다.
하나는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는 시간. 다른 하나는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이 실크스크린으로 한 번에 찍어내는 시간. 한국 전통 민화의 **모란도(牡丹圖)**가 아크릴로 재현되고, 그 위로 나비가 내려앉는다. 배경에는 팝아트 거장의 도상이 놓인다. 성실한 자수와 대량 복제의 화면이 한 작품 안에서 부딪힌다.
작가는 이것을 K-팝아트(Korean Pop Art) 라 부른다.
자수처럼 보이지만, 자수가 아니다
송광연의 작업을 처음 마주하면 화면 위의 꽃잎이 실제로 자수를 놓은 섬유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자수는 직접 손으로 놓은 것이 아니라 질감이 있는 페인팅으로 처리한 것이다. 아크릴 도료를 한 올 한 올 붓으로 쌓아 올려, 섬유의 촉감을 캔버스 위에 '연기'하는 기법.
이 선택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팝아트의 '무한 복제'라는 특성과 대비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정성과 인내의 상징으로서 자수를 그려 넣어 현시대를 풍자하는 것. 자수를 '그리는' 일은 자수를 '놓는' 일보다 사실상 더 오래 걸린다. 자수는 바늘이 한 번에 지나가지만, 페인팅은 바늘이 지나간 자리를 붓으로 몇 겹 쌓아올려 흉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비의 꿈이 말하는 것
전체 작업의 명제는 '나비의 꿈(Butterfly's Dream)'이다. 작가노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나친 과욕으로 고갈되어 가는 인간미와 물질 만능주의의 현대인들에게,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처럼 부단한 노력들로 채워진 값진 생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데에서 '나비의 꿈'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화면 속 모란도는 비어 있고, 그 빈 도안을 채우는 것은 나비다. 나비는 자수처럼 한 땀씩 꽃잎을 채워 간다. 이 반복의 시간이 '행복을 위한 염원과 기복적 행위'다. 한국 민화에서 모란은 전통적으로 **부귀영화와 기복성(祈福性)**을 나타내며, 인간의 순수한 염원과 한국적 정서를 대변한다. 송광연은 그 의미를 개인의 작업 세계관으로 번역해 사용한다.
영남대 서양화에서 울산으로
송광연은 영남대학교 서양화전공 석사를 거친 작가다. 개인전 22회. 2008년 맥향화랑 개관 32주년 기념 초대전(대구)을 시작으로 동원화랑(2010), 갤러리 H(현대백화점 울산점, 2010), 갤러리 청담(대구, 2014),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힐링갤러리(대구, 2015)로 이어진다.
울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울산문화재단 울산예술지원 선정사업에 2020·2022·2024·2025년 네 차례 선정됐다. 2019년 울주문화예술회관 초대전, 2024년 BNK경남은행 본점 아트갤러리 선정작가전(창원), 2025년 갤러리 썬(서울)·갤러리 PAC(진주) 초대전. 영남권을 축으로 수도권까지 꾸준히 무대를 넓혀 왔다.
런던 사치갤러리, 워싱턴 한국문화원
두 번의 국제 무대가 작가의 궤적에서 결정적이다.
2016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초대전 《POP of KOLOR》. K-팝아트 작가로서 한국 문화 외교의 자리에서 자신의 화면을 선보였다.
2017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열린 StART Art Fair — 솔로 부스 작가 선정. 한국 작가가 사치갤러리의 솔로 부스로 런던 관객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같은 해 《온고지신》 한중 3인전으로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에도 초대됐다.

모란도 × 앤디 워홀 — K-팝아트의 문법
작가노트의 핵심 문단은 이렇다.
"붓을 잡은 페인터로서 가장 익숙하면서 기본적이고 원초적 매체인 도료(Acrylic)를 선택해, 전혀 다른 소재인 섬유재 — 자수 모란도를 오브제처럼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였고, 한 올 한 올 자수처럼 복제해내는 작업의 순간들을 '행복을 위한 염원과 기복적 행위'로 승화시켰다. 일부 작품은 팝아트의 아이콘인 앤디 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차용하여, 그들의 작품이 가진 시대적 배경과 인간성 상실, 병폐화된 사회에 대한 화두 등을 끌어오고자 했다. 성실과 노력·간절함으로 채워져 가는 자수의 의미와는 상반된, 대량 제작된 거장들의 판화 작품을 배경 코드로 사용한다는 것은 직설적인 풍자 의도가 내포되기도 한다."
팝아트는 대중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미술사조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재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송광연은 이 팝아트의 언어 위에 민화의 모란도를 올린다. 무한 복제와 오랜 정성, 물질만능과 기복(祈福), 서구 현대와 한국 전통이 한 프레임에서 충돌하고 대화한다. 이 대화가 K-팝아트의 문법이 된다.
기획전·아트페어의 지형
송광연의 이름은 한국 팝아트 담론의 여러 기획전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 《마릴린 먼로와 코리안 팝아트》 — 신세계센텀시티 그랜드오픈 기념 특별전 및 신세계 순회전(부산·서울·광주)
- 《한국의 팝아트》 — 인사미술제, 인사동
- 《Wow~! Funny Pop》 —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 《행복을 부르는 그림》 — 세종문화회관 기획, 북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
- 《어느 정도 예술공동체: 부기우기 미술관》 — 울산시립미술관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2024 천안 K-컬처 박람회 연계 특별기획전, 천안시립미술관
- 《Colores de Corea》 — 주 스페인 한국문화원 기획 4인전, 마드리드
아트페어도 국내·해외를 아우른다. 런던 StART Art Fair(사치갤러리), 아트 싱가포르, 아트 베이징, 아트 타이베이, LA 아트쇼. 국내는 KIAF SEOUL, 아트 부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대구아트페어, 서울 아트쇼까지.
공공 소장의 기록
작품은 공공·민간 컬렉션에 다수 소장되어 있다.
- 울산시립미술관
- 한국민속촌 미술관
- 갤러리 위(평택), 리안갤러리, 인사갤러리, 갤러리 아트파크, 갤러리 청담(대구), 동원화랑
- 다수의 병원·기업·개인 컬렉터 소장
울산시립미술관과 한국민속촌 미술관 소장이라는 두 축은, 작가가 '현대 팝아트'와 '한국 전통 민속 맥락'을 동시에 아우른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인증한다.
씨앗페의 두 점
씨앗페 2026 출품작은 2025년 작업 두 점이다. 같은 제목 〈Butterfly's Dream〉, 같은 크기 72.7×72.7cm 정사각형, Acrylic on canvas. 한 쌍으로 나란히 걸릴 때 '나비의 꿈'이 확장되는 쌍방의 화면을 만든다.
기복(祈福)의 연대
한국 예술인의 84.9%가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다. 씨앗페 출품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이 만드는 상호부조 기금은, 금융 차별을 겪는 동료 예술인에게 저금리 대출로 이어진다.
모란도는 부귀영화를 비는 그림이다. 개인의 복을 빌던 전통 도상이, 송광연의 화면에서 '현대인의 공통된 꿈'으로 확장되는 것처럼, 씨앗페의 기금 구조도 한 사람의 복을 공동의 복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한 컬렉터의 구매가 한 작가의 작업실 월세로, 그 작업실에서 나온 또 다른 '나비의 꿈'이 다음 컬렉터의 벽으로. 기복성의 순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팝아트와 민화의 조화로 동시대 시대상을 고찰하고, 내면의 행복을 채우고자 하는 송광연의 메시지는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자수를 그리는 붓은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다. 한 올 한 올 붓이 따라가는 시간이다. 대량 복제의 시대에 여전히 느린 반복을 택하는 일은, 작가가 매 캔버스마다 내놓는 소박한 선언이다. 그 느린 반복이 채우는 것이 곧 "인간 본연의 꿈과 행복을 향한 염원의 행위" — 작가노트의 제목 그대로다.
송광연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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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페
발행 2026-04-08





